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뜨거워졌습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가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었어요. 화려한 한 줄의 뉴스 같지만, 그 안에는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접혀 있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제 마음에 닿은 것
아이비는 오는 8월 17일(현지 시각)부터 9월 6일까지 미국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하트 역을 맡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가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주연으로 발탁되는 일은 드뭅니다.
저를 멈춰 세운 건 화려함이 아니라 시간이었어요. 아이비는 한국 프로덕션에서 2012년 처음 록시 하트를 맡은 뒤, 2024년까지 6시즌 동안 약 600회에 걸쳐 같은 무대에 올랐습니다. 같은 역할을 600번. 저는 그 숫자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아이비는 "첫 주연작이자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록시 하트'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게 돼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자리로 가장 큰 무대에 오른다는 말.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있을까요
저는 압니다. 우리 대부분은 브로드웨이와 거리가 먼 자리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런 소식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나는 한 자리에서 이렇게 오래 버텨도 괜찮을까', '지금 하는 이 일이 어디로든 이어지긴 할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특히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온 분일수록 이런 마음이 클 거예요. 익숙해진 자리가 혹시 정체는 아닐까, 더 큰 무대는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저도 그런 밤을 압니다.
그런데 아이비의 길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지난해 아이비에게 먼저 오디션을 제안했고, 아이비는 1년 동안 3차례 영상 오디션과 준비 과정을 거쳐 합격했습니다. 12년의 반복이 결국 본고장 무대를 불러온 셈이에요.
그 걱정 속에서도, 우리가 붙잡을 단단한 지점
저는 이 이야기에서 위로의 자리를 찾습니다. 반복은 정체가 아니었어요. 600회의 무대가 쌓여 누군가의 눈에 띄었고, 1년의 기다림이 기회를 단단하게 붙들었습니다.
- 오래 한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12년의 시간이 작품의 본고장 무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준비는 배신하지 않습니다: 3번의 영상 오디션을 견딘 끝에 합격했습니다.
- 두려움과 책임은 함께 옵니다: 아이비도 "이 기회가 소중하고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비는 공연을 앞두고 영어 대사와 발음을 중심으로 트레이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600번을 해본 역할인데도, 여전히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거기서 가장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잘하는 사람도 여전히 떨고, 여전히 연습한다는 것.
참고로 브로드웨이 '시카고'는 미국 뮤지컬 가운데 가장 오래 공연 중인 작품입니다. 1997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리바이벌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받았고,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도 받은 작품이에요. 그런 무대 위에, 우리와 같은 시간을 통과해온 한 사람이 섭니다.
결론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록시 하트 발탁은 단순한 캐스팅 소식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오래 버텨온 사람에게 보내는 조용한 응원 같습니다. 12년의 반복, 600회의 무대, 1년의 기다림이 더 큰 문을 열었어요. 지금 자리가 막막한 우리에게도 같은 가능성이 흐르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작게라도 붙잡아볼 만한 다음 걸음을 적어둡니다.
- 지금 반복하는 일에 '햇수'를 한번 적어보기: 아이비처럼 쌓인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면, 정체가 아니라 자산임을 알게 됩니다.
- 8월 17일을 작게 표시해두기: 누군가의 12년이 결실 맺는 날을, 내 기다림을 응원하는 날로 삼아보세요.
- '아직 준비 중'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600번을 해본 사람도 다시 연습합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도 준비하는 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