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8년 만의 EU 본부 양자외교, 안보와 통상을 한 묶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대통령이 EU와 양자 외교를 위해 EU 본부를 찾은 것은 8년 만이다.

공동성명의 핵심은 세 갈래다.

  • 북러 군사협력 규탄: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가능케 하는 북한의 제3자 지원 중단을 촉구
  • 비핵화 의지 재확인: 북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 명시
  • 현상변경 반대: 남중국해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 인도태평양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반대

특히 양측은 안보·방산협력 강화를 위해 ‘비밀정보보호협정’(군사·정보 자산을 상호 공유할 때 보안 등급과 취급 절차를 규정하는 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한-EU 고위급 경제대화(High-Level Economic Dialogue) 신설과 한-EU 디지털 통상 협정(DTA) 체결에 뜻을 모았다.

원인: 무엇이 안보-경제 연계를 끌어올리는가

이번 합의를 끌어낸 거시 요인은 명확하다.

첫째, 유럽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의 동조화다. 이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유럽의 안보가 점점 긴밀히 연계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이 유럽 전선(우크라이나)에 직접 영향을 주는 구조가 양측을 한 테이블로 끌어들인 핵심 원인이다.

둘째, 중국 변수다. 최근 북-중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아 북한 핵보유 묵인 해석이 나온 상황에서, 한-EU가 “핵보유국 불인정”을 못 박은 것은 이 흐름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셋째, 공급망·통상 블록화다. 정보보호협정·DTA·고위급 경제대화는 안보 신뢰가 곧 경제·산업 협력의 전제가 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안보 협정이 방산·반도체·디지털 통상으로 확장되는 ‘안보-경제 패키지’ 구조다.

전망: 협정 추진의 시사점과 체크포인트

현재 합의는 대부분 ‘추진·신설·체결 합의’ 단계다. 시장과 산업 관점에서 핵심은 선언이 실제 협정문과 비준으로 이어지는 속도다.

  • 정보보호협정: 체결 시 한국 방산기업의 EU 조달·공동개발 참여 문턱이 낮아진다. 다만 협정은 통상 서명-비준에 시차가 있어, 단기 효과보다 중기 모멘텀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 디지털 통상 협정(DTA): 데이터 이전·디지털 무역 규범이 정비되면 국내 플랫폼·콘텐츠·클라우드 업종의 EU 진출 불확실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 고위급 경제대화: 경제 안보·무역·산업 정책을 정례 협의하는 채널로, 향후 통상 마찰의 완충 장치로 작동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실무 관점의 해석: 이번 성명은 ‘안보 메시지’보다 ‘안보를 매개로 한 경제·산업 협력 채널 확보’에 무게가 실린다. 정보보호협정이 방산·반도체로, DTA가 디지털 산업으로 파급되는 연쇄 구조를 추적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론

韓-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북러 군사협력 규탄과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비밀정보보호협정·DTA·고위급 경제대화라는 안보-경제 연계 패키지로 협력 틀을 확장한 것이 본질이다. 선언 단계인 만큼 후속 협정화 속도가 실제 영향을 좌우한다.

독자가 바로 점검할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정보보호협정·DTA의 후속 일정(서명·비준 시점)을 공식 발표 기준으로 추적한다.
  • 방산·반도체·디지털 통상 등 협정 수혜가 집중될 산업군의 정책·계약 뉴스를 분리해 모니터링한다.
  • 북-중 동향과 한-EU 비핵화 메시지의 정합성을 함께 확인해 지정학 리스크 방향을 가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