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한 문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잠시 숨을 멈췄습니다.
“우린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Disclosure Day)’를 통해 던진 물음입니다. 이 영화는 6월 10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빌렸지만, 제 마음에 남은 건 우주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제 마음은
솔직히 말하면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두려움에 가까웠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미지와의 조우’(1977년)와 ‘E.T.’(1982년)에서 외계 생명체를 침략자가 아닌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본 분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한 걸음 더 들어가, “정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묻습니다.
저는 외계인 이야기로 읽지 않았습니다. 내가 외면해 온 진실을 누군가 끝내 꺼내 놓는다면, 나는 그걸 받아낼 수 있을까. 그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비슷한 마음의 사람들은 무엇을 걱정할까
영화 속 사이버 보안 전문가 켈너(조시 오코너)는 “정보는 햇빛이나 공기처럼 모두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기밀을 들고 달아납니다. 반대편엔 그것을 숨기려는 조직 ‘워덱스’의 수장 노아(콜린 퍼스)가 있습니다.
저는 이 추격을 보며, 우리 일상의 작은 ‘폭로의 날’들을 떠올렸습니다.
- 건강검진 결과 봉투를 며칠째 못 뜯는 마음
- 통장 잔액을 확인하기 전의 망설임
- 관계의 진심을 묻기가 두려워 미루는 시간
진실은 알고 싶지만, 막상 마주하면 내가 괜찮을까 — 그 사이에서 우리는 늘 흔들립니다.
캔자스시티의 기상캐스터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은 어느 날 빨간 새와 마주친 뒤, 모든 언어를 이해하고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게 됩니다. 모든 진실이 한꺼번에 밀려온 셈이지요. 저는 그 설정이, 너무 많이 알아 버린 사람의 외로움처럼 느껴져 마음이 시렸습니다.
그래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에서 작은 위로를 얻었습니다.
관객이 외계 생명체와 실제로 마주하기까지는 약 두 시간이 걸립니다. 진실 자체보다, 그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 셈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한 가지 실용적인 태도를 배웠습니다. 진실은 한 번에 ‘감당’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다가가며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두려운 사실을 마주할 때, 저는 이렇게 해 봅니다.
- 한 번에 다 알려 하지 않고, 오늘 확인할 한 가지만 정합니다
- 혼자 감당하지 않고, 곁의 한 사람에게 먼저 말합니다
- ‘이걸 알면 끝장’이 아니라 ‘이제 다룰 수 있다’로 문장을 바꿔 봅니다
진실이 무서운 건, 그것이 나쁜 소식이라서가 아니라 혼자 감당해야 할 것 같아서일 때가 많으니까요.
결론
스필버그 감독의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의 이야기지만, 결국 진실 앞에 선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던질 질문은 “진실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는 그것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이 해 볼 수 있는 세 가지를 남깁니다.
- 하나. 미뤄 둔 ‘확인할 일’ 중 가장 작은 하나를 오늘 마주해 봅니다.
- 둘. 그 마음을 곁의 한 사람에게 나눠, 혼자 감당하지 않습니다.
- 셋. 이번 주말, ‘디스클로저 데이’를 보며 ‘나라면 이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우린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믿고 싶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한 번에 감당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손을 잡고 천천히 견뎌낼 수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