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어릴 적 동네 빵집 쇼윈도를 들여다보던 아이였습니다. 화려한 크림으로 장식된 홀케이크가 진열장 안에서 빛나던 순간, 저는 이미 그 달콤함의 계보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빵 한 조각에 담긴 단맛의 계보'라는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마음은 안도였습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그 시절이, 생각보다 훨씬 깊고 단단한 뿌리로 남아 있었으니까요.

단팥빵, 크림빵, 초코빵, 소라빵, 사라다빵까지. 봉투에 담겨 손에 들려 가던 그 간식들을, 우리는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은 이런 걱정을 합니다

요즘 파티시에들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납니다. 파리의 에콜 페랑디나 르코르동 블뢰에서 기초를 익히고 돌아온 분들이 서울 카페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지요.

그래서 저처럼 옛 빵집을 기억하는 분들은 조용히 걱정합니다. "우리 동네 그 맛, 이제 괜찮을까." 화려한 디저트들 사이에서 레트로 빵집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건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뉴스를 따라가 보면, 그 걱정을 가만히 내려놓게 됩니다.

  • 한국 제과·제빵 1세대는 프랑스 제과를 먼저 소화한 일본을 '경유'해 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 직수입이 아닌 경유의 맛이기에, 프랑스도 일본도 아닌 한국만의 방식으로 토착화된 달콤함이 남았습니다.
  • 피낭시에나 마들렌이라 불리던 것들도, 파운드케이크 반죽을 다른 틀에 구워낸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 걱정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를 가장 위로한 건 나폴레옹과자점의 이야기였습니다. 1968년 문을 연 이곳은, 단순히 오래되어서 대단한 게 아니더라고요.

이 집에서 손을 단련하고 떠난 분들이 대한민국 제과의 지형도를 다시 그렸습니다.

2024년까지 국가가 공인한 제과 명장은 전국에 16명. 그중 7명이 나폴레옹과자점 출신입니다.

권상범(리치몬드과자점), 서정웅(코른베르그), 김영모(김영모과자점), 홍종흔(골드헤겔), 인재홍(빵과당신), 최형일(엘리제과자점), 마옥천(베비에르). 한 지붕 아래에서 반죽을 치던 분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전국 곳곳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지금은 강경원 팀장이 3대째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고요.

계보(系譜)란 핏줄처럼 이어지는 흐름을 뜻합니다. 빵집의 계보가 이렇게 단단하다면, 우리의 추억도 쉽게 흩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작은 단맛을 다시 만나는 법

걱정이 스칠 때, 저는 이렇게 마음을 달랩니다.

  • 오래된 동네 빵집 한 곳을 일부러 들러보기. 맘모스빵이나 단팥빵 하나면 그 시절로 충분히 돌아갑니다.
  • '명장 계보'를 따라가 보기. 나폴레옹과자점에서 갈라져 나온 가게들을 찾아보면, 추억이 지금도 영업 중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시그너처 한 조각의 깊이를 음미하기. 동물성 생크림 100%와 고급 커버처 초콜릿을 갈아 넣은 초코체리생크림 케이크처럼, 정성은 맛으로 정직하게 남습니다.

결론

빵 한 조각에 담긴 단맛의 계보는,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화려한 유학파가 넘쳐나는 오늘에도 한국식 레트로 디저트가 마음 한편을 두드리는 건, 그 뿌리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오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단계를 남깁니다.

  • 이번 주, 가까운 옛 빵집에 들러 추억의 빵 하나를 사보세요.
  • 명장 7명의 가게 이름을 메모해 두고, 한 곳씩 찾아가 보세요.
  • 달콤함이 그리울 땐, 그 맛이 어디서 왔는지 계보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추억은, 여전히 달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