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 수출의 통상 환경이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EU는 내달부터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고 무관세 수입 할당량(쿼터)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한-EU 정상회담에서 한국 철강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직접 요청했고, EU는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답한 상태다. 이 글에서는 이번 이슈의 현황과 원인, 향후 전망을 차례로 짚는다.
현황: 한-EU 정상회담에서 무엇이 오갔나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EU와의 정상회담에서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일정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제도) 확보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강력히 요청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1일 로마 브리핑에서 핵심 내용을 공개했다.
- 이 대통령: 철강 문제가 양국 관계에 갖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들이 불합리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와 관심을 요청
- EU 측: 한국이 공동 가치 공유 국가이자 전략적 중요 파트너인 만큼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답변
김 실장은 "아직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인: 왜 EU는 철강 관세를 50%로 올리는가
이번 사안의 직접적 원인은 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다. 뉴스에 따르면 EU는 철강 제품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고, 무관세 쿼터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장벽을 높이는 조치로, 관세율 인상과 쿼터 축소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는 개별 품목 이슈를 넘어 보호무역 기조 강화라는 흐름 속에 있다. 쿼터 총량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수출국들은 줄어든 무관세 할당을 놓고 국가 간 배분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다. 정부가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채널에서 직접 TRQ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배분 협상이 기업 차원이 아닌 정부 간 교섭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망: TRQ 배분 협상은 어떻게 흘러갈 가능성이 큰가
단정은 어렵지만, 현재 드러난 신호는 한국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EU가 한국을 "공동 가치 공유 국가이자 전략적 중요 파트너"로 규정하며 최대한 고려를 약속했고, 정부도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를 예상한다고 밝힌 상태다. FTA 체결국이라는 제도적 기반과 정상 차원의 요청이 결합된 만큼, 쿼터 배분에서 한국이 비교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구체적 배분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무관세 한도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다. 우호적 배분을 받더라도 총량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환경이므로, 수출 물량 관리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실무 시사점: 수출 기업이 지금 점검할 것
- 시행 시점 대응: 관세 인상이 내달부터인 만큼, 선적·통관 일정과 계약 조건을 새 관세 체계 기준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 쿼터 소진 모니터링: TRQ 구조에서는 할당 소진 속도가 곧 관세 부담을 결정하므로, 분기별 쿼터 잔량을 추적하는 내부 체계가 필수적이다
- 배분 결과 확인: 정부가 예고한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의 구체 내용이 공개되는 시점을 주시해야 한다
결론
이번 한-EU 정상회담은 철강 관세 25%에서 50%로의 인상과 쿼터 축소라는 통상 환경 악화 속에서, 정부가 정상 외교로 TRQ 확보전에 나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EU의 "최대한 고려" 답변과 "여타국 대비 좋은 결과" 전망은 긍정적 신호지만, 최종 배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은 남는다.
독자가 지금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내달 시행되는 EU 철강 관세 개편의 공식 발표 내용을 확인한다. 둘째, 철강 수출 관련 업무라면 TRQ 배분 결과와 쿼터 운영 방식 공개 시점을 추적한다. 셋째, 50% 관세를 전제로 한 가격·물량 시나리오를 미리 점검해 배분 결과 발표 이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