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화려한 무대보다 작은 망설임 하나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따라오는, "이거 너무 튀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 2026’ 무대에서 그릴즈를 선보였습니다. 7일(현지시간) 약 60분간 ‘만트라’, ‘핸들바’, ‘라이크 제니’ 등 총 17곡을 부른 무대였고, 공연 직후 온라인에서 그릴즈가 빠르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릴즈가 뭐길래, 그리고 왜 이렇게 마음이 쓰일까

그릴즈(grillz)는 치아를 본떠 금이나 은으로 만든 틀니 모양의 장식물을 치아 전체에 씌우는 액세서리입니다. 일명 ‘치꾸(치아 꾸미기)’의 한 종류이지요.

뉴스에 따르면 ‘치꾸’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 투스젬: 치아 표면에 큐빅을 부착하는 방식
  • 그릴즈: 치아 위에 보석 장식을 착용하는 방식

제니가 이날 착용한 건 파란 장미 문양이 새겨진 커스텀 그릴즈입니다. 미국의 주얼리 아티스트 마크 크루즈(Mark Cruz)가 제작했고, 그는 8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블루 로즈 에나멜 장식과 VVS1 등급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완전 맞춤형 14K 화이트 골드 피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설명을 읽으며, 작은 장식 하나에도 누군가의 오랜 손길과 의도가 담긴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풀렸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하고 있을까

사실 반응은 둘로 갈립니다. "멋진 작품이다", "제니라서 소화 가능하다", "힙하고 예쁘다"는 응원이 있고, 동시에 "멀리서 보면 충치처럼 보인다", "이가 썩은 줄 알았다", "가까이서 보면 예쁜데 멀리서 보면 부담스럽다"는 혹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우리 마음을 봤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은 사람의 속마음은 대개 비슷합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남들 눈엔 이상해 보이면 어쩌지. 괜찮을까."

그 걱정은 그릴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처음 짧은 머리를 자를 때도, 평소 안 입던 색의 옷을 고를 때도 우리는 같은 마음을 지나옵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한 가지에서 위로를 얻었습니다. 이게 갑자기 튀어나온 유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투스젬이나 그릴즈는 과거 힙합 가수들에게서 유행하던 액세서리였고, 지금은 인플루언서와 다양한 아티스트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배우 최민수가 2006년 영화 ‘홀리데이’에서 역할을 위해 ‘금니빨’을 해 화제가 됐고, 우산을 들고 금니를 드러낸 장면은 지금도 ‘짤’과 ‘밈’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즉, 20년 전에도 치아를 장식으로 보는 시선은 있었다는 뜻입니다. 낯섦은 늘 시간이 지나며 익숙함이 됩니다. 오늘 부담스럽다는 말도, 결국 한 시절의 통과의례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새로운 시도 앞에서 망설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모두의 동의가 아니라 작은 기준 하나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예쁜데"라는 반응처럼, 정작 가장 가까이서 그것을 보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결론

제니의 그릴즈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 갈림 자체가 새로운 시도엔 늘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20년 전 최민수의 금니가 지금은 정겨운 밈이 된 것처럼요.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작은 단계를 남깁니다.

  • 남의 시선이 아닌 내 거리에서 판단하기: 멀리서의 평가보다, 내가 가까이서 만족하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 부담스러우면 강도를 낮춰 시작하기: 그릴즈가 아니어도, 투스젬처럼 작은 단위부터 가볍게 시도해 봅니다.
  • 걱정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지금의 망설임을 메모해 두면, 익숙해진 뒤 돌아볼 때 분명 웃게 됩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늘 낯섦을 지나 나만의 취향에 도착해 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