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다가 한 문장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끈적한 액체와 반짝이는 가루가 무용수의 피부가 된다는 대목이었어요.
몸에 달라붙어 움직임을 방해하는 물질을 뚫고 춤을 추는 사람. 그 사람이 무대 위에서 한 점의 조각품이 된다는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제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요즘의 저 같았거든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는 모습이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 잠깐 정리해볼게요
먼저 사실부터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 벨기에 출신 안무가 다미앵 잘레(50)와 일본 예술가 나와 고헤이(51)가 2016년부터 함께 작업해온 무대입니다.
- 세 작품 '플래닛(방랑자)', '미스트', '프리즘'이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선보입니다.
- '플래닛'은 24~26일 오르며, 2021년 프랑스 파리 샤요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입니다.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이에요.
'플래닛'의 바닥엔 빛을 반사하는 검은 알갱이들이 깔려 있습니다. 태초의 행성이 태어나는 칠흑 같은 어둠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무용수가 움직일 때마다 그 입자들이 흩어지며, 행성의 지형이 변합니다.
여기서 잠깐 용어 하나만요. 안무(choreography)는 보통 사람의 춤 동작을 짜는 일을 뜻하는데, 나와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미앵이 무용수의 안무를 짜듯, 나는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재료를 안무한다. 말하자면 '재료의 춤'이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요
이 무대가 출발한 곳은 일본 이시노마키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죠. 두 사람은 파도에 밀려와 해안가에 내동댕이쳐진 거대한 나무 그루터기와 뿌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우리 각자의 흔들리는 바닥을 떠올렸어요.
- 발밑이 모래처럼 불안정해서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려운 날
- 곳곳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시기
- 이렇게 버텨도 괜찮을까 싶어 자꾸 멈칫하게 되는 마음
잘레 안무가는 '플래닛'의 바닥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바닥은 모래로 덮여 있어 불안정하고, 지면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 위에서 움직이려면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 말이 저에겐 작은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불안정한 곳에서 비틀거리는 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저 새로운 감각이 아직 자라는 중이라는 뜻일 테니까요.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나와 작가는 '플래닛'을 두고 "어딘지 알 수 없는 행성의 가혹한 환경에 저항하며 방황하는 생명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단단한 지점 하나를 발견했어요. 방황하는 것과 저항하는 것은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 헤매면서도 계속 움직이는 일 자체가, 이미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놓인 연약한 생명은 투쟁, 쾌락, 고통 같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끌어옵니다. 우리 하루도 꼭 그렇지 않나요. 힘든 것과 견딜 만한 것이 뒤섞여 있는 채로요.
결론: 흔들리는 무대 위의 우리에게
핵심만 짧게 정리해볼게요. 끈적한 액체와 반짝이는 가루를 뚫고 춤추는 무용수는, 방해받는 환경 속에서도 끝내 하나의 조각품이 됩니다. 그 모습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분명합니다. 불안정한 바닥 위에서도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작은 단계를 남깁니다.
- 불안의 정체 적어보기: 지금 내 발밑의 '모래'와 '구멍'이 무엇인지 한 줄로 써보세요. 막연한 걱정은 적는 순간 작아집니다.
- 공연으로 마음 환기하기: 24~28일 서울 GS아트센터의 '플래닛' '미스트' '프리즘'을 직접 보거나, 28일 상영되는 댄스 필름 '미스트'(2021년, NDT 1 협업)를 챙겨보세요.
- '새로운 감각' 한 가지 키우기: 잘레의 말처럼, 흔들리는 곳에선 새 감각이 필요합니다. 오늘 평소와 다른 작은 시도 하나를 해보는 거예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지금 비틀거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배우는 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