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일본 대표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59)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문화를 "글로벌 콘텐츠가 아니라 원초적 감정에 가깝다"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첫 장편 희곡 ‘또 여기인가’가 서울 무대에서 매회 만석으로 막을 내린 직후 나온 말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 거예요
요즘 한류 얘기는 보통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 벌었다"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사카모토 작가의 시선은 좀 다릅니다.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에요.
먼저 인물부터. 사카모토 유지는 2023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로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작가입니다. 일본에선 데뷔작 드라마 ‘도쿄 러브 스토리’(1991년)부터 스타였고요. 한국 관객에게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년), ‘마더’(2010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년)로 익숙한 이름입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건 연극 ‘또 여기인가’입니다.
- 장소: 서울 종로구 연우소극장
- 기간: 10일간 공연, 7일 막 내린 상태
- 흥행: 이름도 생소한 초연작인데 매회 만석
관객 상당수가 작품 정보가 아니라 작가에 대한 신뢰 하나로 표를 끊었다는 점이 진짜 포인트입니다. 출판사 ‘알마’의 안지미 대표가 2018년 현지 공연을 본 뒤 희곡 번역을 제안했고, 올 1월 책으로 나오면서 공연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카모토 작가는 "해외 작품 번역은 그 나라 문화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한 경외도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알아둘 용어 하나. 희곡은 무대 공연을 전제로 쓴 대본 형태의 문학입니다. 작가 본인 표현으로도 일본에서조차 쉽게 출판되지 않는 장르라, 한국에서 책으로 나온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입니다.
제 일상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당장 통장이 바뀌진 않습니다. 솔직히요. 그래도 콘텐츠를 보고 만드는 방식엔 힌트가 됩니다.
‘또 여기인가’는 오래된 주유소가 배경입니다. 젊은 점장 지카스기에게 이복형 네모리가 찾아와 아버지의 의료사고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건이 아니라 대화로 과거와 비밀이 풀리는 구조라, 관객은 한동안 인물을 이해하지 못한 채 따라가야 합니다. 영화 ‘괴물’에서도 쓰인 작법이고요.
작가는 이 진입장벽을 알면서도 일부러 둡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타인을 서서히 알아갑니다. 만나자마자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건 결코 그 사람을 알게 된 게 아니죠. 저는 ‘이해하는 것’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선, 빨리 설명해주는 작품에만 익숙해진 우리 습관을 한 번 의심해볼 만합니다. 모르는 채로 끝까지 따라가는 경험도 취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만드는 입장이라면 실무 팁은 더 직접적입니다.
- 캐릭터를 첫 장면에 다 설명하지 마세요. 사카모토식은 정보를 아끼는 연출입니다.
- "공감"보다 "여백"을 노려보세요.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기는 게 오히려 몰입을 만듭니다.
결국 뭘 챙겨야 해요
한류를 수출 실적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본 외부 시선. 그리고 "이해 못 하는 것"을 일부러 남기는 창작법.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결론
사카모토 유지는 한국 문화를 글로벌 콘텐츠가 아닌 원초적 감정으로 받아들였고, 그 신뢰가 초연 연극 ‘또 여기인가’를 매회 만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실화입니다.
바로 해볼 다음 단계는 이렇습니다.
- 희곡 ‘또 여기인가’(알마, 올 1월 출간)를 읽고, 대사로만 인물을 쌓는 구조를 직접 확인해보세요.
- ‘괴물’(2023년)을 다시 보며 "정보를 아끼는 작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메모해보세요.
- 콘텐츠를 만든다면, 다음 기획에서 첫 장면 설명을 한 줄 줄여보세요. 여백이 만드는 긴장을 직접 실험해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