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합의문)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신청 창구를 열면서,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한국 국적 선박의 탈출 경로가 제도적으로 정비되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흐름을 짚어보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외교 뉴스가 아니라 에너지 물류와 해상 운임에 직결되는 거시 변수다.
현황: PGSA 통항 신청 창구 개설
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해협 통항을 관리하는 이란 당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신청을 받고 있다. 통항을 원하는 선사가 선박명과 통항 희망 날짜를 구체적으로 적어 신청하면, PGSA가 통항 허가를 발급하고 선박이 쓸 수 있는 시간과 항로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핵심 숫자는 다음과 같다.
- 대기 선박: 2월 28일 이후 페르시아만 측에서 대기 중인 한국 국적 선박 24척
- 체류 선원: 한국인 선원 138명(국적 선박 104명 + 외국 선박 34명)
- 이미 빠져나온 선박: 당초 26척에서 2척 감소
감소분은 실제 통과 사례로 확인된다. HMM 소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달 20일 해협을 빠져나와 지난 10일 울산항에 입항했고, SK해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한 척이 지난 11일 추가로 통과했다. 한국인 선원 수도 교대 등으로 줄고 있다.
원인: MOU 조항과 60일 면제 조치
이번 창구 개설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양해각서다. MOU 제5조는 “서명 즉시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오가는 상선 운항이 30일 이내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며, 여기에는 기술적 장애 제거와 이란에 의한 기뢰 제거 작업이 포함된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이 합의에 따라 향후 6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면제하되,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PGSA와 사전 조율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즉, 통항이 ‘자유화’된 것이 아니라 허가제 기반의 단계적 정상화라는 점이 이번 국면의 성격을 규정한다. 통행료 면제는 비용 측면의 유인이지만, 사전 조율 의무는 통항 속도를 이란 당국의 행정 처리 역량에 종속시킨다.
전망과 시사점: 정상화 속도가 변수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사안의 관전 포인트는 ‘정상화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MOU가 30일 내 전쟁 이전 수준 회복을 명시하고 60일 통행료 면제가 걸려 있는 만큼, 제도적 정상화 방향 자체는 잡혀 있다. 다만 기뢰 제거와 기술적 장애 제거가 물리적으로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PGSA의 허가 처리량이 24척의 적체를 얼마나 빠르게 소화하는지가 실제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 선사들이 해당 창구를 통해 통항 신청을 할 것”이라며 “국내 선박이 최대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외교부를 통해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빨리 나오도록 요청’한 배경에는, 면제 기간이 한정적이고 허가 처리에 병목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읽힌다.
실무 관점에서 보면, 60일 통행료 면제 창은 선사 입장에서 통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한시적 기회다. 적체된 24척이 동시에 신청에 몰릴 경우 허가 순번 경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청 시점과 희망 날짜 설정이 곧 비용·일정 관리의 핵심 변수가 된다.
결론
이란의 호르무즈 통항 접수 개시는 MOU와 60일 면제 조치를 토대로 한 단계적 정상화 신호이며, 한국 선박 24척과 선원 138명의 출구가 제도적으로 열린 국면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남은 변수는 처리 속도다.
독자가 지금 점검할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통항 신청 일정 선점: 60일 통행료 면제 기간 안에 PGSA 신청을 마치도록 선박명·희망 날짜를 우선 정리한다.
- 허가 병목 모니터링: 24척 적체가 해소되는 속도와 기뢰 제거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 물류·운임 영향 추적: 해수부·외교부의 후속 발표를 기준으로 에너지 운송 일정과 비용 변동을 재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