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금값이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안전자산 선호→금값 상승'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흔들린 셈이다. 시장이 묻는 질문은 하나다. 금값은 정말 바닥을 찍었는가, 그리고 반등 조건은 무엇인가.
현황: 76만원까지 빠졌다가 다시 고개 든 금값
올해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순금 1돈(3.75g, 도매가)은 95만5000원에서 76만2000원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부가세 10%와 공임비가 붙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1돈짜리 금반지' 가격이 된다.
흐름을 날짜로 짚으면 다음과 같다.
-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시작, 금값 올해 최고가로 급등
- 6월 12일: 이후 꾸준히 내려 76만2000원까지 하락
- 6월 16일: 종전 소식 전해진 뒤 78만1000원까지 반등
국제 금 선물 가격도 같은 궤적이다. 1월 29일 트로이온스당 5354.8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현재는 4351.60달러로 고점 대비 18% 낮은 수준이다. 다만 6월 11일 온스당 4100달러 선까지 밀렸던 가격은 단 두 거래일 만에 5.8% 올랐다.
종로에서 30년 가까이 도매점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금값이 올해 최저점을 찍고 오르는 상태에서 전쟁이 끝나자 추가 상승 기대감에 10돈 골드바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
원인: 시장이 전쟁보다 무서워한 것은 '금리'였다
지난 3개월간 금값을 짓누른 핵심 원인은 안전자산 선호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배경에는 금리가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상승은 곧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졌고,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때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금값은 더 내려갔다.
여기서 핵심 용어 하나. 실질금리란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제 금리를 말한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라, 실질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를 주는 채권 등에 비해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다. 즉 금값 하락은 '전쟁 종료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감소'가 아니라 '전쟁이 부른 유가·물가·금리 부담'의 결과였다는 해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협상 타결을 호재로 본다.
"지난 3개월간 금값이 눌린 원인은 안전자산 선호가 줄어든 탓이 아니다. 해협이 막히고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졌고,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며 금이 조정받았다."
전망: 반등 조건은 '해협 정상화 → 유가 안정 → 긴축 완화'
종전 협상이 잠정 타결된 이후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정상화 기대가 커지며 유가가 내렸고, 물가와 금리 인상 우려도 누그러지고 있다. 전쟁 불안이 줄어든 동시에 금값을 누르던 금리 부담까지 완화된 셈이다.
이를 종합하면 금값 반등의 조건은 다음 연결 고리로 정리된다.
- 1단계: 호르무즈해협 통항 정상화
- 2단계: 국제유가 안정 → 인플레이션 우려 진정
- 3단계: Fed의 통화 긴축 우려 완화 → 실질금리 부담 감소
- 결과: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 회복
황 연구원도 "해협이 열리고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금값을 눌렀던 통화 긴축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본다. 두 거래일 만의 5.8% 반등이 이 시나리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가능성이며, 유가와 금리 경로가 어긋나면 반등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시사점과 결론
이번 사례의 핵심 시사점은 분명하다. 금값을 움직이는 1차 변수는 지정학적 불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불안이 유가와 금리에 미치는 2차 효과다. 따라서 저점 매수 타이밍을 가늠하려면 전쟁 뉴스보다 유가와 실질금리를 봐야 한다.
독자가 바로 점검할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호르무즈해협·국제유가 추이 확인: 유가 안정 여부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의 출발점이다.
- Fed 금리 신호 점검: 금리 인상 우려가 실제로 완화되는지가 반등의 핵심 조건이다.
- 분할 접근 고려: 단기 5.8% 반등에 쫓기기보다, 위 조건이 확인되는 흐름인지 단계적으로 확인하며 대응하는 편이 안전하다.
요약하면, 금값은 올해 저점 구간에서 반등 신호를 내고 있으나, 지속 상승 여부는 '해협 정상화 → 유가 안정 → 긴축 완화'라는 조건의 충족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