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잠깐 멈췄습니다

저는 공연 소식을 무심히 넘기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소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음악감독 신정훈)가 다음달 28일 오후 5시 경기 김포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작곡의 거장들’ 연주회를 연다는 소식.

저를 붙잡은 건 단어 하나였습니다. 소뇨(sógno)는 이탈리아어로 ‘꿈’이라고 하더군요.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 ‘꿈’이라는 이름을 단 오케스트라가 동네 가까운 공연장에서 연주를 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거창한 콘서트홀이 아니라 김포아트홀이라는 점도요.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사실 우리는 비슷한 걱정을 안고 삽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클래식 공연 소식을 보면서도 우리는 속으로 이런 질문을 합니다.

  • 클래식은 어려운데,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 표값이 부담되진 않을까, 시간을 내도 될까 하는 걱정
  • 무엇보다 — 지금 내 마음이 이렇게 지쳐 있는데, 음악 한 곡으로 정말 위로가 될까 하는 의심

저는 이 마음들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솔직한 거예요.

그리고 이번 ‘작곡의 거장들’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다가, 그 걱정에 가장 단단하게 답해 주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라흐마니노프 —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 사람의 음악

이번 무대에서는 두 거장의 곡이 연주됩니다.

  • 프란시스 풀랑크(1899~1963)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 1932년 초연된 곡으로, 경쾌한 선율과 화성, 공간적 음향 효과를 고려한 편성이 특징입니다. 피아니스트 장윤선과 박해진이 협연합니다.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교향곡 제2번’ —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교향곡의 대표작입니다.

풀랑크는 ‘프랑스 6인조’ 멤버로, 현대 음악의 세련미와 고전적인 명쾌함을 동시에 갖춘 작곡가라고 해요. 두 대의 피아노가 공간을 가르며 주고받는 소리를 상상하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집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정말 흔든 건 라흐마니노프의 사연이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교향곡 제2번은 교향곡 제1번 실패 후 신경쇠약까지 겪은 라흐마니노프가 다시 명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곡입니다.

여기서 저는 잠깐 숨을 골랐어요.

한 번 크게 무너져 본 사람. 마음이 무너져 일조차 손에 잡히지 않던 사람. 그 사람이 다시 써 내려간 음악이, 백 년이 지난 지금 김포의 공연장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

이것이 바로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로는 ‘아무 일도 없던 사람’이 건네는 말이 아니라, 무너져 봤던 사람이 다시 일어서서 만든 무언가일 때 진짜 힘을 가지니까요.

음악감독의 말, 그리고 김포아트홀의 ‘처음’

지휘를 맡은 신정훈 음악감독의 말도 그래서 더 마음에 남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음악을 통해 쉼과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이어가겠다”

‘쉼과 위로’라는 말을 음악감독이 직접 꺼냈다는 점이, 저는 반가웠습니다. 거장의 곡을 어렵게 ‘공부하러’ 오라는 게 아니라,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으러 오라는 초대처럼 들렸거든요.

게다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전 악장 연주는 김포아트홀 개관 이후 처음 선보이는 무대라고 합니다. ‘처음’이라는 말에는 늘 설렘이 있죠. 우리도 그 첫 순간의 공기 안에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클래식이 어려울까 봐, 내 마음이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와닿지 않을까 봐 망설이고 계시다면 —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라흐마니노프조차 한 번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러고도 다시 썼습니다. 그 곡을 듣는 일에 ‘자격’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지금 마음이 힘든 분일수록, 오히려 이 음악이 더 깊이 가닿을 거라고 믿습니다.

결론

소뇨(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작곡의 거장들’ 연주회는 다음달 28일 오후 5시 경기 김포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열립니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장윤선·박해진 협연)과, 신경쇠약을 딛고 라흐마니노프가 다시 일어선 ‘교향곡 제2번’이 한 무대에서 흐릅니다. 김포문화재단, 김포시 음악협회가 후원합니다.

지친 마음에 ‘이래도 괜찮을까’ 망설이는 우리에게, 무너졌다 다시 선 사람의 음악만큼 단단한 위로는 드뭅니다.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달력에 표시하기: 다음달 28일 오후 5시, 김포아트홀 대공연장. 지금 일정에 먼저 자리를 잡아 두세요.
  • 티켓·정보 확인하기: 티켓 예매와 자세한 사항은 김포문화재단 홈페이지(www.gcf.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함께 갈 한 사람 떠올리기: 요즘 마음이 무거워 보이던 가족이나 친구에게, ‘쉼과 위로’를 건네는 이 무대를 가볍게 권해 보세요. 위로는 나눌 때 더 커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