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서울숲에서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는 조금 멍해졌습니다.

요즘 제 하루는 늘 비슷했거든요. 아침엔 쫓기듯 집을 나서고, 저녁엔 텅 빈 마음으로 돌아오는 날들. 그런 제게 "숲과 정원, 전시가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문장은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천천히 걸어본 게 언제였더라.

서울숲은 원래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이 있던 자리였다고 합니다. 이후 경마장이 들어섰고, 경마장이 과천으로 옮겨간 뒤에는 잠시 골프장과 승마장이기도 했던 땅이라고 하죠. 그리고 2005년, 시민들을 위한 큰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저는 이 내력이 어쩐지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쓰임이 자꾸 바뀌고, 한동안 방치되기도 했던 땅이 결국 사람을 위한 쉼터가 되었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있을까요

저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박람회 소식을 봐도 "가서 뭐 하나" 싶은 분들, 분명 계실 겁니다. 우리 마음속엔 늘 비슷한 걱정들이 맴돌잖아요.

  • 바쁜데 한가하게 공원 나들이를 해도 괜찮을까
  • 어차피 꽃 몇 송이 보고 사진만 찍다 오는 거 아닐까
  • 입장료나 복잡한 절차가 있으면 어쩌지

저도 그랬습니다. 쉬는 것조차 '잘 쉬어야 한다'는 부담이 되어버린 시대니까요.

그런데 이번 서울숲 박람회를 들여다보면, 그 걱정의 결이 조금 다릅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번 정원은 단순히 꽃을 심어놓고 바라보는 '전시형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쉬고 머무를 수 있는 '생활형 정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해요.

생활형 정원이란, 말 그대로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머무르는 정원을 뜻합니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어도 되고, 데크에 걸터앉아 책을 읽어도 되는 곳이죠.

그러니 "제대로 즐겨야 한다"는 부담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이번 박람회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느꼈어요.

첫째,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번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 27일까지 열립니다. 관련 기사 제목에는 '180일간 힐링 축제'라는 표현도 있더군요. 하루 이틀 안에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 못 가면 다음 주에, 다음 주가 안 되면 그다음에 가도 돼요. 이 여유 자체가 위로가 됩니다.

둘째, 숲을 억지로 꾸미지 않았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기존 숲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기관·기업·시민 참여형 정원을 함께 구성했다고 합니다. 나무 사이로 이어진 목재 데크길과 작은 쉼터들, 자연스럽게 연결된 산책길은 마치 숲속 정원을 걷는 느낌을 준다고 하죠.

거창하게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숲에 사람이 머물 자리를 더했다는 것. 저는 이 태도가 참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셋째,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은 자리가 있습니다.

'이달의 책' 공간에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쉬고 있다고 합니다. 나무 데크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죠.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조성한 정원은 곡선형 벽돌 쉼터와 자연 식재를 결합해, 사람들이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라고 해요.

혼자 책 한 권 들고 가도, 친구와 커피 한 잔 들고 가도 어색하지 않은 자리.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정원도시 서울'이라는 흐름이 주는 안심

저는 이 박람회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서울시는 정원문화를 시민 일상 속으로 넓히기 위해 해마다 박람회 규모를 키워왔다고 합니다.

  • 2024년: 뚝섬한강공원 — 한강과 정원을 잇는 시도
  • 2025년: 보라매공원 — 생활권 속 정원문화 확장
  • 2026년: 서울숲 — 서울 전역을 하나의 정원 도시로 연결

매년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건,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우리 곁 어딘가에 쉴 정원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해요. 올해 서울숲을 놓쳐도 괜찮습니다. '정원도시 서울'이라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결론: 잘 쉬지 못하는 당신에게

오늘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서울숲의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 27일까지, 기존 숲을 그대로 살린 '생활형 정원'으로 열리고 있고, 우리는 거기서 '제대로 즐겨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머물다 와도 됩니다.

쉬어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당신께, 바로 해볼 수 있는 작은 것들을 건넵니다.

  • 날짜에 쫓기지 마세요. 10월 27일까지 열리니, 가장 마음이 헐거운 날 하루를 골라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면 됩니다.
  • 목적 없이 걸어보세요. 목재 데크길과 산책로를 따라, 사진 한 장 안 찍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천천히요.
  • 머무를 자리 하나를 정해두세요. '이달의 책' 공간이든 쉼터든, 벤치 하나에 앉아 10분만 가만히 있어 보는 거예요.

우리는 늘 더 많이 해내려다 지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어딘가에 가는 일도 필요하더라고요.

서울숲의 정원은, 그렇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은 우리에게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조금은 괜찮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