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보건복지부 2023년 실태조사 기준, 국내 19~34세 고립·은둔 청년은 약 54만 명(전체 청년의 약 5%)으로 추정됩니다.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서울시 '청년몽땅정보통'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 회복 프로그램에 무료로 신청할 수 있으며, 평균 6개월 안에 사회적 관계 회복을 경험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 가장 단단한 첫 걸음은 '거창한 도전'이 아니라 '같이 점심 한 끼'입니다. 작은 연결 하나가 다시 살아갈 힘이 됩니다.
그 소식을 처음 본 날, 저는 한참 화면을 닫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날 밤, 우연히 '똑똑! 세상 밖으로 조금만 나와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짧은 한 줄인데, 이상하게 오래 머물렀습니다.
문장 너머로 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신림동의 좁은 고시원에서 6개월 넘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누워만 있었다는 권현우 님. 외교관이라는 꿈을 내려놓은 자리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라났다는 그 시간이요. 지금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청년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 분이지만, 그도 한때는 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제 안의 어느 시기를 같이 떠올렸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세상이 너무 빠르고 나만 멈춰 있다는 감각을 겪지 않나요. 그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 한 줄이 그냥 캠페인 카피로 읽히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있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지금 일어나도 어차피 늦은 거 아닐까.' 그리고 또 한 가지요. '문을 열고 나갔다가, 다시 더 외로워지면 어떡하지.'
이 두 가지 걱정은 사실 거의 모든 고립·은둔 청년의 마음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발표한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보면,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약 5%, 전국적으로 약 5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한 반에 두 명꼴, 한 동네에 수십 명. 우리는 서로를 모를 뿐이지, 같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이 곁에 살고 있습니다.
"고립·은둔은 게으름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끊긴 뒤 회복할 통로를 찾지 못한 '관계의 부상' 상태에 가깝습니다."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3년 청년 사회연결망 보고서
이 인용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어쩐지 조금 놓여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다친 거였구나.' 그렇게 이름을 붙이고 나니, 비로소 다음 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갖는 걱정들, 그리고 솔직한 응답
| 마음속 걱정 | 부드러운 응답 |
|---|---|
| "이 나이에 이런 프로그램 신청해도 될까요?" |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은 만 19~39세까지 신청 가능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
| "사람들 앞에서 말 못 할 것 같아요." | 1:1 상담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단체 활동은 본인이 준비됐을 때 합류합니다. |
| "비용이 부담돼요." | 서울시·보건복지부 연계 프로그램 대부분 무료이며, 일부는 활동비도 지급됩니다. |
| "신청했다고 알려지면 어떡하죠." | 개인정보는 비공개로 보호되며, 가족·지인에게 통보되지 않습니다. |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권현우 님의 이야기에서 한 장면을 오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쿠킹 런치(Cooking Lunch)' — 같은 처지의 청년들이 함께 점심을 준비하고, 같이 먹고, 같이 치우는 시간이요.
그는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있었다 보니까, 밥도 혼자 먹고 혼자 다 치웠는데, 그런 걸 누군가와 같이한다는 느낌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어떤 거창한 자기계발서보다 단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회복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한 끼를 차리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 이게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손잡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오늘 할 수 있는 한 걸음
저는 가르치는 어조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만약 그 시기로 돌아간다면, 이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을 적어둡니다.
- 창문을 5cm만 엽니다. 환기 한 번이 그날의 호흡을 바꿉니다.
- '청년몽땅정보통'(youth.seoul.go.kr)에 한 번만 접속해봅니다. 신청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페이지를 여는 것까지가 오늘의 몫입니다.
- 점심 한 끼를 누군가와 같은 시간에 먹어봅니다. 같은 식탁이 아니어도 됩니다. 영상 통화도, 채팅창의 "잘 먹겠습니다"도 충분합니다.
- 자기 전 한 줄을 적습니다. "오늘 살아냈다." 그거면 됩니다.
"혼자 있을 때는 쓸모없는 사람, 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권현우, 서울사람들 7화 中
이 말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위로 같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미 필요한 사람입니다. 다만 그 사실이 우리 귀에 도착하지 못했을 뿐이라고요.
결론 — 닫힌 문은, 두드려도 되는 문입니다
저는 글을 마무리하며, 다시 그 한 줄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똑똑! 세상 밖으로 조금만 나와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이 말은 우리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말이 아닙니다.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오늘의 당신이 정말 작은 한 가지만 해도 충분합니다.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만 골라 보세요.
- 오늘 안에 '청년몽땅정보통(youth.seoul.go.kr)'에 접속해 '고립·은둔 청년'을 검색합니다. 신청은 다음으로 미뤄도 좋습니다.
- 이번 주 안에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 또는 청년 마음건강 상담(1388 / 1577-0199)에 1통의 전화를 시도해봅니다. 말을 못 잇겠다면,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도 괜찮습니다. 그 번호를 누른 것까지가 용기입니다.
- 이번 달 안에 가까운 사람 한 명에게 "오늘 같이 밥 먹을래?"라고 보내봅니다. 답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보낸 당신이 이미 한 걸음 나간 것이니까요.
저는 당신이 지금 어떤 방의 어떤 자세로 이 글을 읽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혼자가 아닙니다. 같은 시간을 같이 통과하고 있는 사람이 54만 명, 그리고 그 길을 먼저 지나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을 활짝 열 필요는 없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만요.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