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정부 추진과 업계의 정면 충돌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민간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비판했다. 현 정부가 해당 사업을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이는 정계만의 이슈가 아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도 동일 간담회에서 "정부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해야지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압박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 현장의 경험자들이 정책 당국의 접근 방식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신호다.
핵심 논리: 글로벌 경쟁 환경 vs 정부 개입
정점식 원내대표의 비판은 현재의 글로벌 경쟁 환경을 전제로 한다. "전 세계는 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으며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류 기업을 돕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발언은 AI 시대의 경쟁 가속화 속에서 정책 개입의 부작용을 경고한 것이다.
반도체 입지 선정과 투자 결정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고동진 의원이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와 같이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에는 최소 5~7년이 걸리고", "반도체는 인수전, 인력·수력·전력 싸움으로 쩐의 전쟁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를 근거로 "반도체 입지와 투자는 전략적·자율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며 "정부가 이 과정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려되는 리스크: 법적 문제와 기반 시설
정부 압력이 낳을 수 있는 위험은 다층적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먼저 지배구조 차원의 위험을 지적했다. "외압에 따라 기업 이사회가 호남행 결정을 내린다면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대원칙을 위반하는 결과가 돼 주주와 국민 모두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경제성보다 정치적 압력에 좌우될 경우, 주주 가치 보호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인프라 차원의 우려도 제기했다. "전력과 용수 등 필수 인프라가 적기에 제대로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현장의 의구심과 우려가 크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제조는 대규모의 안정적 전력 공급과 초고순도 용수를 절대 요건으로 하는데, 호남 지역의 기존 수용 능력에 대한 의문을 나타낸 것이다.
전망: 정책 목표와 산업 논리의 괴리
현재의 정책 추진과 업계 비판 사이의 거리는 앞으로도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부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최적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기업의 이해 관계가 구조적으로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번 간담회는 현실적인 인프라 여건과 경제성을 외면한 무리한 추진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검증하는 자리"라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히 반대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결론
정점식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경쟁력 갉아먹을 것"이라는 발언은 산업 정책의 당위성과 기업 자율성 사이의 근본적 긴장을 드러낸다.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은 정책 목표로 타당하지만, 극도로 경쟁적이고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에서는 경제성과 인프라가 정책 추진의 전제 조건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정책 당국이 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검증 없이 진행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주주 손실, 장기적으로는 국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정책과 산업 경쟁력을 양립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성 평가와 인프라 확보의 구체적 로드맵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