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기업들의 놀라운 반전
불과 3~4년 전만 해도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던 전통 부품·소재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타고 재도약하고 있다. PC 시대의 총아였던 델, 통신장비의 노키아, 광섬유의 코닝, 에너지 기업 지멘스에너지 같은 이들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빅테크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상장 기업 200곳 이상이 지난 1년(2026년 6월 9일 기준) 동안 MSCI 글로벌지수(약 21% 상승)를 웃도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당수는 업력 100년 이상인 전통 기업들이다.
AI 서버 특수를 견인한 델의 급성장
PC 중심 사업이 쇠락하던 기간이 길었던 델은 AI 서버로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AI 서버 매출이 161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8배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부분적 성장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 사업 축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145년 역사 코닝의 광섬유 재평가
175년 역사의 소재 기업 코닝은 그 어느 기업보다 극적인 부침을 겪었다. 1990년대 인터넷 붐 당시 광섬유 사업을 크게 키웠지만, 닷컴버블 붕괴로 주가가 약 100달러에서 1달러로 추락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관련 기술을 놓지 않고 버티던 코닝은 AI 흐름을 타고 메타, 엔비디아 등에 광섬유 케이블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026년 6월 25일 종가 기준 주가는 1년 전 대비 280% 이상 상승했다. 닷컴버블의 상처에서 25년 만에 본격적인 부활을 이룬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의 수요 증가
수천 개 GPU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이를 빠르게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광통신 장비가 필수적이다. 이 수요를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한 기업이 노키아와 시스코다.
주요 기업 주가 상승률(1년 기준)
- 노키아: 124% 이상 상승
- 시스코: 닷컴버블 시기 주가 1위에서 부활 중
비즈니스 모델의 재평가 필요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는 GPU 등 반도체를 초고속으로 연결해야 하고, 전력 소비 규모가 크며 발열이 심하다. 이에 따라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네트워크·전력·냉각 관련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연 7000억달러에 달하는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이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단순히 '따분한 전통 기업'이라는 평가가 무너지고 있는 이유다.
결론
지난 20년간 소외받던 부품·소재 기업들이 AI라는 새로운 축과 만나면서 비즈니스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이는 기술 트렌드 전환기에서 기업 평가는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미래의 수요에 맞춰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 델·코닝·노키아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AI 인프라 수요 증대에 대한 시장의 현물 반응
- 각사의 수십 년 축적된 기술력이 새로운 용도로 재평가된 사례
- 앞으로 AI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 공급사의 수익성 지표 추적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