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하루 65만톤 필요, 정부는 '다중 수원 전략'으로 답하다

정부는 6월 29일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수적인 하루 65만톤의 용수 공급을 기존 다목적댐과 발전용댐의 물을 전환해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홍수 조절, 농업 관개, 일반 생활용으로 배분된 물을 공업용으로 전용하고, 수력발전용·냉각용수도 동원하는 전략이다.

정부는 호남권 주암댐(순천), 보성강댐 등 7개 댐에서 일일 337만톤을 공급하고 있으며, 여기서 충당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하루 100만톤 이상의 공급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 근거는 여유 물량 24만톤, 과대 배분 미사용 물량 19만톤, 댐 강화 물량 25만톤, 하수 재이용 30만톤을 합산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원인: 물 부족 예상 지역에서의 '돌려막기'

그러나 문제는 광주·전남이 위치한 영산강·섬진강 유역이 만성적 물 부족 지역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립한 영산강·섬진강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극심한 가뭄 발생 시 영산강의 생활·공업용수는 연간 7140만톤, 섬진강은 5030만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광주와 전남 남서부권 생활·공업용수의 70%를 섬진강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반도체 산단이 이 물을 끌어쓰면 기존 수요층과의 갈등이 필연적이다. 더욱이 영산강은 주요 5대 강 중 수질이 최악으로, 반도체 세정에 필요한 초고순도 용수 확보라는 추가 난제가 있다.

시장 신호와 정책 리스크

현재 정부의 용수 공급 계획은 '기존 배분량의 재분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후변화로 극한기후 현상(극한 가뭄, 폭우)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다목적댐의 본래 기능(홍수 조절, 생활용수 확보)을 축소하면서까지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것의 위험성이 크다. 서울시립대 권현한 교수는 "지역주민 보상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연세대 최성욱 교수는 "극심한 가뭄 시엔 기존 댐이 반도체 산단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 있으며, 하수 재이용 같은 대체 방식 확대가 용수 공급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역사적으로 용인 반도체 산단에 강원 화천댐의 물을 끌어오는 계획이 지역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었듯이, 광주 사업도 지역 갈등과 정책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국가 전략이지만, 그 비용을 특정 지역의 기존 용수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사회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결론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 전략은 단기적 산업 수요는 충족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물 부족 지역에서의 '돌려막기'에 가깝다. 영산강·섬진강의 구조적 물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후 빈도 증가, 지역 간 물 갈등이라는 세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음 단계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 하수 처리수·빗물 재이용 인프라 확대: 30만톤 규모의 하수 재이용 시설을 구체적 타임라인으로 구축해 점진적으로 기존 수원 의존도를 낮출 것
  • 지역주민 보상과 물 이용료 합의: 농업·생활용수를 산업용으로 전환할 때 수혜지역과 피해지역 간의 정당한 부담 배분 체계 마련
  • 가뭄 비상 시나리오 사전 준비: 극한 가뭄 시 반도체 산단의 용수 공급 단계별 감축 계획과 산업 영향 평가를 미리 수립할 것

이들 조치 없이는 단순 프로젝트 추진의 역풍이 가시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