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서울역사박물관이 2025년 12월 31일까지 1990년대 X세대 생활문화 자료를 시민으로부터 기증받습니다. 내년 기획전시와 연계되는 캠페인입니다.
- 주요 수집 대상은 카세트테이프, CD, 음악 잡지, 공연 포스터, 삐삐(무선호출기), PC통신 자료, 청바지·신발 등 패션 자료, 만화·게임, IMF 외환위기 관련 표어 등입니다.
- 기증 방법은 박물관 누리집의 ‘자료 기증 신청서’를 작성해 자료 사진과 함께 이메일(kjk4455@seoul.go.kr)로 접수, 문의는 02-724-0161입니다. 기증자에게는 기증서·기념품·명패 제막식 등의 예우가 제공됩니다.


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저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본 순간, 거실 한쪽 서랍이 떠올랐습니다. 거기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몇 개와, 액정에 줄이 간 작은 삐삐가 들어 있습니다. 한때는 매일 손에 쥐고 다녔던 물건인데, 어느 날부터 그저 ‘버리지도 못하고 꺼내지도 못하는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서울역사박물관이 X세대 자료를 시민에게서 기증받는다”는 짧은 문장 하나를 만났을 때, 마음 한구석이 조금 환해졌습니다. 누군가는 이 물건들을 ‘잡동사니’가 아니라 ‘기록’으로 봐주고 있구나, 라는 안도였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캠페인을 2025년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박물관 현재 소장 자료의 약 60%가 시민 기증 물품이라는 사실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그 숫자를 보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모아둔 것들이, 사실은 도시의 절반쯤을 이루고 있었던 거구나.

비슷한 마음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아마 이런 분이 계실 겁니다.

  • 부모님 댁 정리를 앞두고, ‘이걸 다 버려야 하나’ 망설이는 분
  • 이사 박스 안에서 옛 다이어리, 공테이프, PC통신 시절 출력물이 나와 손이 멈춘 분
  • ‘추억은 좋은데, 보관할 자리는 없는데, 그렇다고 버리긴 좀…’ 하는 그 애매한 자리에 서 있는 분

저도 똑같습니다. 카세트 한 개를 손에 들고 ‘이걸 정말 괜찮을까’ 한참 망설이다, 결국 다시 서랍에 넣어두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추억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추억을 함부로 처리하는 것이 어쩐지 미안해서였습니다.

X세대를 다룬 한 문화연구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의 사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그 ‘다리’ 자체였다.”

저는 이 문장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카세트와 CD, 삐삐와 PC통신 ID—이것들은 그저 옛 유행이 아니라, 세대 전체가 함께 건넌 다리였던 셈입니다.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처음 ‘듣고 싶은 노래를 직접 골라 듣는 자유’를 알았고, 처음 ‘얼굴 없는 누군가와 글로 친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기증’이라는 단어가 위로가 될까

저는 이 캠페인의 가장 좋은 점이, ‘버리세요’가 아니라 ‘맡겨주세요’라고 말해주는 데 있다고 느꼈습니다.

버린다는 말에는 끝이 있습니다. 하지만 맡긴다는 말에는 그다음 자리가 있습니다. 내 손을 떠나도, 그것이 어딘가에서 다시 누군가의 눈에 닿을 거라는 약속이 들어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기증된 자료를 2026년 기획전시에서 공개하고, 이후 연구·교육 자료로도 활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내가 가지고 있던 한 장의 공연 포스터가, 누군가의 논문 각주가 되거나, 어떤 아이의 교과서 옆 사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저는 조금 마음이 풀렸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정리해봤습니다

저처럼 ‘하고는 싶은데 절차가 막막한’ 분들을 위해, 기사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한 자리에 모아봤습니다.

항목 내용
캠페인 기간 2025년 12월 31일까지
주관 서울역사박물관
수집 대상 카세트테이프, CD, 음악 잡지, 공연 포스터 / 청바지·신발 등 패션 / 만화책·게임 / PC통신 자료 / 전자기기(삐삐 포함) / IMF 외환위기 관련 표어
신청 방법 박물관 누리집에서 ‘자료 기증 신청서’ 내려받아 작성 → 자료 사진과 함께 이메일(kjk4455@seoul.go.kr)로 접수
문의 02-724-0161
기증자 예우 기증서, 기념품, 기증자 명패 제막식 등
활용처 2026년 기획전시, 이후 연구·교육 자료

저는 이 표를 만들면서, ‘아 의외로 어렵지 않구나’ 하고 한 번 더 마음을 놓았습니다. 신청서 한 장, 사진 몇 컷, 메일 한 통—그 정도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막상 보낼 때, 저는 이렇게 해보려 합니다

뻔한 절차 안내 말고, 실제로 제가 해보면서 도움이 되었던 작은 팁들을 적어둡니다.

  • 사진은 ‘전체 + 디테일’ 두 컷씩. 라벨, 손글씨, 스티커 자국 같은 흔적이 오히려 ‘그 시절의 증거’가 됩니다.
  • 물건과 함께 한 줄 메모. “1996년,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듣던 테이프” 같은 한 줄이 박물관 입장에선 가장 귀한 정보입니다. 사물보다 맥락(context)이 더 비싼 자료입니다.
  • 여러 점이라면 목록을 먼저. 한 번에 다 보내려 하지 말고, 신청서에 ‘소장 목록’만 먼저 정리해 보내면 담당자가 우선순위를 안내해줍니다.
  • 혼자 정리하기 버겁다면 가족과 함께. 부모님·형제와 한 시간만 같이 앉아도, 물건 하나당 이야기가 두세 개씩 따라 나옵니다. 그 자체가 작은 가정의 구술사 기록이 됩니다.

그래서, 괜찮을까요

‘이 정도 물건을 굳이 박물관에?’ 하고 머뭇거리는 분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물관은 유명한 물건을 찾는 곳이 아니라, 있었던 삶의 증거를 찾는 곳입니다. 누군가의 화려한 무대 의상보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듣던 공테이프 한 개가 그 시대를 더 정확히 말해줄 때가 있습니다.

화려한 청년 문화부터 IMF라는 시대적 아픔까지, 양극단을 모두 통과한 세대의 흔적은 결국 ‘평범한 사람의 책상 위’에 남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곧 그 자리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라는 망설임 자체가 이미, 그 물건이 의미 있다는 증거입니다.

결론

서울역사박물관의 X세대 시민 기증 캠페인은, 우리에게 ‘버릴지 말지’를 묻는 일이 아니라 ‘맡길지 말지’를 묻는 일에 가깝습니다. 카세트와 삐삐, 공테이프와 PC통신 출력물—이 작고 낡은 사물들이 모이면, 1990년대 서울이라는 한 시대의 풍경이 됩니다. 망설이고 계셨다면, 이번이 그 망설임을 한 번 끊어볼 좋은 기회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늘,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다음 단계 세 가지를 남겨둡니다.

  1. 서랍 한 칸만 열어보기. 거창한 정리 말고, 가장 가까운 서랍 하나만 열어 ‘1990년대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2. 한 줄 메모 붙이기. 발견한 물건마다 포스트잇 한 장에 연도·장소·기억을 한 줄씩 적습니다. 이게 가장 어렵고, 가장 값집니다.
  3. 신청서 양식 먼저 받아두기.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자료 기증 신청서’를 내려받아 메일 초안 폴더에 저장해두면, 마감(2025년 12월 31일) 전에 부담 없이 보낼 수 있습니다. 문의가 필요하면 02-724-0161로 한 번 전화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그 시절이, 누군가의 내일에 가닿기를. 저도 오늘 저녁, 제 카세트 한 개부터 꺼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