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의 위기: 13년 만에 기사 수 45% 붕괴

법인택시 운전자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 택시기사 수는 2010년 13만1294명에서 2026년 4월 말 7만2395명으로 감소했다. 16년간 약 58,899명이 사라진 셈으로, 감소율은 44.9%에 달한다.

서울 법인택시의 가동률(회사 보유 차량 대비 영업 차량 비율) 추이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드러난다.

  • 2019년: 50.4%
  • 2024년: 34.0%
  • 2026년(현재): 30%대

차량과 면허를 보유해도 기사를 구하지 못해 차를 세워두는 업체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구인난과 높은 인건비가 법인택시 업계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간 상황이다.

택시업계의 전략 전환: "막을 수 없으면 참여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 택시업계가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있다. 2026년 7월 1일,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티머니 자회사인 티머니모빌리티는 '자율주행 택시 및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의 핵심은 두 조직의 자산 결합이다.

  • 티머니: 교통 데이터·결제 인프라 제공 (앱·승객 연결·요금 결제)
  •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법인택시 면허·운영망·차고지·정비망 제공 (현장 운영권 주장)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약 2만2500대에 달하는 서울 법인택시 면허를 대표하는 단체다. 조합 관계자는 "자율주행 흐름을 택시업계가 거역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택시 면허와 인프라를 자율주행 시대의 운영 기반으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상용화를 저지하는 것에서 그 운영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의 극적인 전환이다.

현재 한국의 로보택시 시장: 극초기 단계

한국 로보택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 운행 규모: 서울 강남 일대에서 유료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 7대
  • 운행 시작: 2024년 9월 첫 운행
  • 누적 탑승 건수 (2024년 9월~2026년 2월 말): 7,754건
  • 운행 시간: 평일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5시 (심야만 운행)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000건 정도의 거래량으로, 상용화 단계로 가기에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 와중에 글로벌 로보택시 기업들의 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택시업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선제적으로 운영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택시 면허가 자율주행 시대에도 가치 자산인 이유

택시업계의 선택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 면허: 운송 규제의 진입장벽. 새로운 운송사업자가 획득하기 어려운 규제적 자산
  • 차고지·정비망: 자동차 관리와 유지보수의 물리적 기반
  • 충전 거점: 전기 로보택시의 필수 인프라
  • 현장 운영 경험: 40년 이상 축적된 운송 운영 노하우

자율주행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차량을 어디에 보관하고 정비하며 사고 대응을 누가 담당할지는 현장의 물리적, 법적 인프라가 필수다. 택시업계는 이 점을 강점으로 부각하며 로보택시 생태계에 진입하려 한다.

결론

법인택시 기사 45% 감소, 가동률 50%대에서 30%대로의 추락은 산업 붕괴를 앞당기는 신호였다. 택시업계는 자율주행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적·물리적 자산을 활용해 로보택시 시대의 운영권을 선점하려는 생존 전략을 선택했다.

택시 운전자 부족이 심화될수록 로보택시 도입의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기존 택시업계의 인프라와 면허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가 향후 한국 도심 운송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