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구조: 경쟁사 노조가 교섭대표를 상호 맡는 '교차 승인제'
현재 카카오 노동조합이 진행 중인 노사협상의 최종 승인 권한을 경쟁사인 네이버 노동조합이 행사하고 있다. 2026년 7월 2일 확인된 바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의 공식 교섭대표는 서승욱 카카오 지회장이 아니라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다. 반대로 네이버 노사가 2026년 5월 임금 협상을 체결했을 때는 서 지회장이 네이버 노조의 교섭대표를 맡아 최종 절차를 진행했다.
이 같은 '경쟁사 교차 승인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IT·게임 부문에서 운영 중인 제도다. 회사와 노조가 협상을 마무리하더라도 경쟁사 노조의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최종 합의가 확정된다는 뜻이다.
산업별 운영 현황: 주요 IT·게임 기업의 상호 교차 체계
민주노총 산하 IT·게임 노조들이 시행 중인 교차 교섭대표 제도는 카카오-네이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계 현황은 다음과 같다:
- 카카오 ↔ 네이버: 카카오 교섭대표 =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 / 네이버 교섭대표 =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
- 넥슨 ↔ ASML: 넥슨 노조의 교섭대표 = ASML 지회장
- 엔씨소프트 ↔ 한컴: 엔씨 노조의 교섭대표 = 한컴 지회장
- 스마일게이트: 해당 노조의 교섭대표를 다른 기업 지회장이 담당 (뉴스에서 미상세 기재)
각 기업 노사의 협상 결과는 이후 다른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비교 기준으로 활용되며, 산별 노조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조다.
도입 배경과 명목상 취지: '산별교섭 활성화'와 업계 결속
이 제도는 노조 설립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IT·게임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도입했다. 공식적 취지는 다음 두 가지다:
- IT업계 노조 간 결속력 강화
- 산별교섭 활성화 및 사업장 간 공동 대응 체계 구축
IT업체 노조 관계자는 "IT업계 노조는 다른 산업보다 사업장 간 연대가 강한 편"이며 "IT업계 노조 조합원이나 노조 관계자에게는 익숙한 운영 방식이지만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노동계에서도 전례 없는 '기형적 구조'로 평가받는 이유
그러나 경쟁사 노조가 상대 회사의 교섭을 최종 승인하는 구조는 국제 노동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비판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경쟁사 노조가 해당 기업의 임금 인상률, 성과급 지급 기준, 복지 제도 개편 등 협상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승인하는 구조 자체가 초법적이라는 지적
- 경쟁 관계에 있는 두 회사의 노조가 각각 상대방 교섭을 통제함으로써 기업별 협상의 자율성과 신속성이 훼손될 위험
- 사실상 노조가 경영권을 초월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이라는 비판
결론: 제도의 본질과 향후 쟁점
카카오 노사협상안이 최종 승인을 위해 네이버 노조의 검증 단계를 거치고 있다는 사실은 IT·게임 산업의 독특한 노사 구조를 드러낸다. 명목상 '산별교섭 강화'라는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경쟁사 간 노조가 상호 교섭권을 행사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체계가 작동 중이다.
카카오의 현안에서 직면한 도전은 단순히 사측과의 협상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경쟁사 노조 승인이라는 추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노사 갈등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복잡성을 의미하며, 향후 IT·게임 산업 노사 관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