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업계는 본업에서 신사업까지 모두 압박받고 있다. 콘텐츠 사업은 OTT에 밀렸고, 통신망 사업까지 스타링크 같은 위성통신업체에 잠식당하고 있다. 통신 대기업들이 20년 이상 추진한 다각화 전략이 속속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통신업 자체 멸종'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통신+미디어 전략, 20년 꿈이 막을 내리다
통신사들이 처음부터 막힌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이동통신 가입자는 포화 상태에 접어들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정체되자, 통신사들은 보유한 통신망이라는 강점을 살려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2018년 AT&T가 워너미디어를 인수했지만, 4년 만인 2022년 분사했다. 버라이즌도 AOL과 야후를 사들였지만 2021년 헐값에 매각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최대 통신 기업인 컴캐스트가 정리에 나섰다.
2026년 7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과 스카이를 분사해 순수 미디어 회사로 독립시킨다. 컴캐스트에는 광대역, 무선통신, 케이블TV 사업만 남는다. 원인은 명확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저렴하고 편리한 OTT 기업들이 기존 미디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컴캐스트는 올해 초 CNBC, MSNBC 등 성장성이 낮은 케이블 채널을 먼저 별도 회사로 분리한 바 있다.
이로써 글로벌 통신업계가 20여 년간 주력해온 '통신+미디어' 전략은 실질적으로 완료됐다.
본업까지 위협하는 스타링크
더 심각한 문제는 통신사들의 본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컨설팅 기업 PwC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통신 서비스 매출은 다음과 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24년: 1조 1,500억 달러
- 2029년: 약 1조 3,200억 달러
- 연평균 성장률: 2.8%
이는 2020~2024년의 연평균 증가율 3.6%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통신업 성장 자체가 꺾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스타링크가 가세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자회사인 스타링크는 2020년 12월 미국 소비자 서비스를 시작한 후, 기존 광대역 제공업체들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했다. 그 결과가 극적이다.
- 휴스네트워크시스템스: 스타링크 이후 고객의 57% 손실
이는 단순한 경쟁 심화가 아니라 기존 사업 기반의 급속한 침식이다.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모바일 서비스를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통신사들의 마지막 남은 성채마저 공략하려는 움직임이다.
위기, 그리고 남은 선택지
통신업 이중고의 구조는 명백하다. 콘텐츠는 OTT에 잠식당했고, 통신 인프라는 스타링크 같은 신생 위성 기술에 밀린다. 통신사들이 의존해온 두 가지 성장 동력이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한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지 못하면 통신업 자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결론
통신 공룡들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사업 재편이 아니다. 이는 산업 생명 주기 전환의 신호이자, 기술 대전환 시대에 과거 우위가 미래 경쟁력을 보장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실무 시사점:
- 투자자 관점: 통신사 지주사 매출 안정성이 둔화하는 시점. 포트폴리오 비중과 배당 정책 재검토 필요.
- 통신사 임직원 관점: OTT나 위성통신 같은 신산업 이동경로 모니터링. 기존 통신 인프라 사업 외 신기술(AI, 클라우드, 5G 고급 서비스) 역량 강화 시급.
- 관련 정부·정책 담당자 관점: 통신사 구조조정 사태 대비 및 국내 위성통신 산업 정책 검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