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검사의 종료가 의미하는 것

헌혈 간기능 검사가 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의료 절차 변경이 아니라, 혈액 자원 낭비 구조에 대한 정책적 인식 전환을 반영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폐기된 혈액은 약 2억cc에 달하는데, 이 중 약 19만 유닛이 오직 간기능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다. 정책 결정자들이 폐기율 감소와 수급 안정화를 함께 추진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수치다.

혈액 검사 체계의 경제적 비효율

간기능 검사(AST, ALT 수치 기준)는 헌혈 혈액의 품질 관리를 목표로 36년간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19만 유닛이라는 규모의 폐기는 검사 기준이 실제 의료 필요와 얼마나 괴리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다중 문제다:

  • 직접적 손실: 혈액 기증자의 시간과 신체 기여가 검사 기준으로만 무효화되는 구조
  • 기증자 신뢰도 저하: 채혈 후 사용 불가 통지는 기증 의향을 약화시키는 심리적 요인
  • 수급 부족의 악순환: 폐기 증가 → 기증자 감소 → 공급 부족 심화

국내 혈액 공급 구조에서 이 같은 낭비는 더욱 심각한데, 간기능 수치 기준 폐기가 연 3.8만 유닛대(5년 19만 유닛 기준)라는 규모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2억cc 폐기의 약 10% 가량이 단일 검사 기준으로 인한 손실이었다는 뜻이다.

정책 변화의 시그널과 전망

이번 간기능 검사 폐지는 두 가지 거시적 흐름을 반영한다:

1) 국내 혈액 수급 위기 심화
최근 5년간 폐기된 혈액 규모(2억cc)가 계속 논의의 중심이 된 이유는 공급 부족이 구조적이라는 신호다. 노령화로 기증 인구가 감소하는 한편, 의료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검사 기준 완화는 현실적 대응이다.

2) 예방적 정책 기조 전환
간기능 검사 폐지 의사결정 배경에는 혈액의 실제 위험성보다 검사 기준의 보수성이 크다는 의료 전문가의 컨센서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기준이 혈액 안전을 충분히 보장한다면, 낭비를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 수급 안정화 과제

간기능 검사 폐지로 최대 3.8만 유닛의 추가 혈액 확보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 혈액 폐기의 원인 분산화: 간기능 검사 외 다른 기준(수혈 관련 감염병 검사 등)으로 인한 폐기는 여전히 존재
  • 기증자 기여도 개선: 수급 안정화는 검사 기준 완화만 아니라, 기증자 경험 개선과 인센티브 강화도 동시에 필요
  • 예측 가능한 공급망: 폐기율 감소 외에 정기적 기증 인프라 확충이 장기 안정성을 좌우

현재 정책 기조는 명확해 보인다.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함으로써 수급 위기에 당면한 응급 처치를 취하되, 궁극적으로는 기증 문화 활성화와 기반 구조 강화가 동반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혈액 공급 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