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의 수출 호조가 좀처럼 식지 않는 가운데, 그 성과를 둘러싼 분배의 갈등이 노사 관계로 옮겨붙고 있다. 한화시스템 노조가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단발성 임금 분쟁을 넘어, 호황 산업이 그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차분한 시각에서 현황을 정리하고, 작동하는 원인을 짚은 뒤, 앞으로의 가능성을 근거 중심으로 가늠한다.
현황: 쟁의권 확보를 위한 조정 신청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 기업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권 확보를 위한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여기서 쟁의 조정이란, 노사가 자율 교섭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공적 기관이 개입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 절차를 거쳐야 노조는 비로소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핵심 경과는 다음과 같다.
- 5월 28일: 한화시스템 노사가 중노위 1차 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함
- 6월 11일까지: 노사가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함
- 조정 실패 시: 중노위가 조정안을 제시했는데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음
조정 신청의 직접적 배경은 2025년도 임금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임금 6.8% 인상과 성과급 500만 원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짚어둘 구조적 특징이 있다. 한화시스템은 복수 노조 사업장으로, 올해 교섭 창구 단일화를 통해 근로자위원회인 기업노동조합이 대표 노조가 됐다. 즉 이번 조정 신청은 교섭 권한을 정식으로 위임받은 대표 노조의 공식 행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원인: '호황의 과실'과 '보상 격차'가 만든 압력
이번 갈등의 원인은 단순한 임금 줄다리기가 아니라, 방산 사이클의 정점과 보상 체계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다.
1) 수출 호조가 만든 기대치
방산 기업들은 수출 호조로 매출 신기록을 쓰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 D&A·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이른바 방산 빅4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조 4526억 원, 4조 6324억 원을 기록하며 최고치에 올랐다. 사상 최대 실적은 자연스럽게 "성과에 합당한 보상"이라는 노조의 기대를 끌어올린다. 노조 측 주장의 핵심도 호황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2) 동종 업계와의 보상 격차
노조 요구의 기준점은 다른 방산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뉴스에 명시된 비교 수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해 임금 인상률 6.8%, 성과급 1250만 원 수령(알려진 바)
-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 지난해 인상률 6.2%
- 한화시스템 노조 요구: 임금 6.8% 인상 + 성과급 500만 원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한화시스템 노조의 6.8% 인상 요구가 동일 그룹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인상률과 정확히 같은 수치라는 것이다. 즉 노조 요구는 '과도한 인상'보다는 동종·계열 간 격차 해소(formula equity, 보상 형평성) 의 성격에 가깝다. 이는 사측이 단순히 인상 폭만으로 협상을 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3)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성과 분배 이슈
같은 흐름은 계열 전반에서 관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11% 인상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상한제란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성과급 지급 한도를 일정 수준으로 묶어 두는 제도를 말하는데, 노조가 두 자릿수 성과급을 요구한 적은 있어도 상한제 폐지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시스템의 조정 신청을 단독 사건이 아니라 방산업계 보상 체계 재편 압력의 한 단면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전망: 파업보다 '잔업 거부형 투쟁' 가능성
앞으로의 흐름을 가늠할 때 가장 중요한 제약 조건은 법적 한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주요 방위산업체에서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산 물자 생산 차질이 국가 안보와 군 전력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화시스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더라도 전면 파업으로 직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지점이 일반 제조업 노사 분쟁과 방산 노사 분쟁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이 제약을 전제로 할 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단기 분수령은 6월 11일: 이 시점까지의 논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중노위 조정안마저 불발될 경우,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 투쟁 방식은 우회적 형태가 유력: 업계에서는 노조가 잔업 거부 등으로 투쟁 의지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면 파업이 막혀 있는 만큼, 생산을 멈추지 않으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 현실적 선택지가 된다.
- 이슈의 상시화 가능성: 성과급 기준과 보상 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방산업계의 새로운 노사 이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즉 올해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나지 않고, 수출 호황이 이어지는 한 매년 재점화될 수 있는 구조적 쟁점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뉴스에 드러난 정황과 업계 분석에 근거한 가능성의 영역이며, 단정하기는 이르다. 조정 기간 중 노사 어느 한쪽이 성과급 산정 방식이나 지급 시점에서 절충안을 제시한다면 흐름은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시사점: 이 갈등이 말해 주는 것
이번 사안의 본질은 "임금을 얼마 올리느냐"가 아니라 "기록적 호황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 에 있다. 사상 최대 실적과 동종 업계 대비 보상 격차가 동시에 존재할 때, 노조의 요구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쉽고 사측의 방어 논리는 약해진다. 실무적으로 보면, 향후 방산 기업의 노사 협상에서는 단순 인상률보다 성과급의 산식과 상한 구조 자체가 핵심 협상 테이블로 올라올 공산이 크다.
결론
한화시스템 노조의 쟁의 절차 돌입은 2025년도 임금협상 미타결에서 출발했지만, 그 뿌리는 방산 호황의 과실 분배와 동종 업계 간 보상 형평성 문제에 닿아 있다. 법적으로 전면 파업이 제한된 만큼 잔업 거부 등 우회적 투쟁이 현실적 경로로 거론되며, 1차 분수령은 논의 시한인 6월 11일이다.
독자가 바로 점검할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6월 11일 전후 중노위 조정 결과를 확인한다. 조정안 제시 여부와 노사 수용 여부가 쟁의권 확보의 분기점이다.
- 한화시스템뿐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 협상 진행 상황을 함께 추적한다. 계열·업계 전반의 보상 체계 변화 신호이기 때문이다.
- 방산 관련 의사결정 시 단순 실적이 아니라 노사 보상 구조의 안정성까지 함께 살핀다. 호황이 이어질수록 분배 갈등은 상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