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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15구역 재개발 사업의 첫 시공사 선정 입찰이 대우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총 공사비 1조4000억원대의 대형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단순한 한 현장의 흥행 부진을 넘어 현재 건설·정비사업 시장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좌표로 읽을 필요가 있다.

현황: 1조4000억대 사업장이 단독 입찰로 멈춰선 이유

2026년 5월 29일 오후 2시, 대신자산신탁에서 마감된 상도15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1차 입찰 결과 대우건설만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은 2곳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이번 입찰은 자동으로 유찰됐다.

사업의 윤곽을 숫자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위치: 서울 동작구 상도동 279번지 일대, 약 14만1286㎡ 부지
  • 규모: 지하 8층~지상 35층, 32개 동, 총 3204가구
  • 예정 공사비: 약 1조4367억원
  • 3.3㎡당 공사비: 860만원 수준
  • 사업 방식: 조합이 아닌 대신자산신탁이 사업시행을 맡는 신탁 방식
  • 입찰 조건: 일반경쟁입찰, 컨소시엄 불허, 입찰보증금 300억원(현금 또는 이행보증보험증권)

여기서 짚어둘 용어가 신탁 방식 재개발이다. 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직접 꾸리는 대신, 부동산신탁사가 사업시행자가 되어 인허가·자금 조달·시공사 선정 등 전반을 주관하는 방식을 뜻한다. 상도15구역은 동작구 최대 규모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으로, 흑석·노량진을 잇는 서남권 3204가구 공급 사업장이라는 입지적 무게도 함께 지니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우미건설, 제일건설, 극동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신속통합기획 2차 후보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사업장 중 하나라는 점에서 경쟁 입찰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현대·한화·우미 등 현설에 모습을 보였던 건설사들은 실제 본입찰에는 불참했고, 결국 대우건설 독주로 귀결됐다.

관심은 있었지만 베팅은 하지 않았다. '현설 참석'과 '본입찰 제출' 사이의 간극이 곧 지금 건설 시장의 심리를 압축해 보여준다.

원인: 선별 수주 기조와 신탁 방식이라는 두 변수

이번 유찰의 배경을 거시적으로 풀면 크게 두 갈래다.

1) 공사비 상승·원가 부담·PF 위축이 만든 선별 수주

뉴스가 지목하는 핵심 원인은 선별 수주(選別 受注) 강화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원가 부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 등으로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을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재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란 사업 자체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이 시장이 위축되면 건설사는 본인이 떠안아야 할 보증·자금 리스크가 커지고, 그만큼 수주의 문턱을 높이게 된다. 3.3㎡당 860만원이라는 공사비 수준이 책정돼 있음에도 다수 건설사가 본입찰을 접었다는 사실은, 현재 시장에서 건설사들이 보는 '적정 마진과 리스크의 손익분기'가 과거보다 한층 보수적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2) 신탁 방식에 대한 시장의 엇갈린 평가

또 하나의 변수는 사업 구조 자체다. 상도15구역은 조합이 아닌 대신자산신탁이 사업시행을 맡는 신탁 방식 사업장이다.

  • 강점: 신탁 방식은 사업 속도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상도15구역은 지난해 정비계획 지정 고시 이후 사업시행자 지정과 주민대표기구 구성 등을 빠르게 마치며 추진 속도를 높여왔다.
  • 약점·논란: 초기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높은 수수료 부담과 사업관리 역량 논란 등으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KB부동산신탁과 추진하던 신탁 방식을 중단하고 조합 방식으로 전환했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업 부지 설정과 자금 조달 구조 등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즉 신탁 방식은 '속도'라는 명확한 장점과 '수수료·관리 역량'이라는 검증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구조다. 다만 최근에는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탁 방식이 다시 채택되는 흐름도 관찰된다. 상도15구역의 이번 단독 입찰은 신탁 방식 대형 재개발 사업장의 시장 경쟁력이 실제 본입찰 단계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전망: 재입찰과 수의계약, 어디로 향할 가능성이 큰가

여기서부터는 단정이 아닌 가능성과 근거 중심의 전망이다. 정비사업에서 1차 입찰이 단독 참여로 유찰될 경우, 통상 시행자는 재입찰 절차를 밟거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단독 참여 건설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경로를 검토하게 된다. 이번 사안에 적용하면 시나리오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갈린다.

  • 재입찰 흥행 회복 시나리오: 사업 조건(공사비, 보증 부담, 입찰 방식 등)이 일부 조정되면 현설에 참석했던 건설사 중 일부가 본입찰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선별 수주 기조가 단기에 풀리지 않는다면, 조건 조정 없는 단순 재입찰만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 대우건설 독주 굳히기 시나리오: 단독 참여 사실 자체가 시사하듯, 대우건설이 이 사업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입찰에서도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우건설 중심으로 사업이 정리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상도15구역 1.4조 유찰은 개별 사업장의 입지 매력만으로는 건설사를 입찰 테이블로 끌어내기 어려워진 국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남권 3204가구라는 공급 규모와 신속통합기획 사업 중 빠른 속도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단독 입찰에 그쳤다는 점은, 건설사들의 의사결정 기준이 '입지·규모'에서 '수익성·리스크 관리'로 무게중심을 옮겼음을 방증한다.

실무자 관점에서 한 가지 해석을 덧붙이면, 앞으로 대형 정비사업장의 흥행 여부는 공사비 자체의 절대 수준보다 시행 구조가 건설사에 얼마나 리스크를 분담시키는지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신탁 방식이 속도라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보증·자금 구조에서 건설사 부담을 합리적으로 설계하느냐가, 단독 입찰과 경쟁 입찰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론

상도15구역은 총 공사비 약 1조4367억원, 3204가구 규모의 대형 신탁 방식 재개발 사업장으로, 2026년 5월 29일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대우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6개 건설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도 본입찰에서는 대우건설만 남은 이번 결과는, 공사비 상승·PF 위축이 만든 선별 수주 기조와 신탁 방식에 대한 시장의 엇갈린 평가가 겹친 장면으로 정리된다.

독자가 지금 점검할 다음 단계를 제안한다.

  • 재입찰 일정과 조건 변화를 추적한다: 향후 공고에서 공사비, 입찰보증금(현재 300억원), 컨소시엄 허용 여부 등 조건이 조정되는지가 경쟁 구도의 1차 가늠자다.
  • '현설 참석'과 '본입찰 제출'을 구분해서 본다: 현장설명회 참석 건설사 수만으로 흥행을 예단하지 말고, 실제 제안서 제출 여부를 핵심 지표로 삼는다.
  • 신탁 방식 사업 구조를 별도로 검토한다: 신탁 방식의 속도 강점과 수수료·관리 역량 과제를 함께 따져, 사업 안정성과 리스크 분담 구조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