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법원 판결로 종결된 원조 논쟁
지난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더본코리아 가맹점주가 유튜버 김재환 PD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의 패소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백종원 대표가 1990년대부터 주장해온 "대패삼겹살은 내가 최초로 개발한 음식"이라는 명제를 법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더본코리아 측이 내세운 근거는 명확했다. 백 대표는 1993년 육절기를 구매하려다 실수로 햄 슬라이서를 구입하게 되었고, 냉동 삼겹살을 해당 기계로 썰던 중 고기가 대패에 민 것처럼 둥글게 말려 나오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견을 토대로 1998년 '대패삼겹살' 상표를 등록했으며, 더본코리아 홈페이지에도 이러한 개발 스토리가 공식 기업 내러티브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인: 1980년대 이미 존재한 요리, 법적 입증 실패
재판부는 대패삼겹살이 백종원이 주장하는 1993년보다 훨씬 앞선 1980년대부터 부산 지역에서 이미 유행하던 음식이었다고 판시했다. 김재환 PD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패 로드'라는 기획물을 제작해 부산, 마산, 광주, 청주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1980년대부터 대패삼겹살이라는 이름으로 고기를 판매한 노포들을 직접 방문하고 촬영했다. 서울에서도 1992년부터 해당 메뉴를 판매한 식당이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의 핵심 판단은 두 가지였다.
첫째, 대패삼겹살은 "특별한 제조 공정이 필요하지 않고, 육절기로 얇게 썰면 자연스럽게 둥글게 말린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즉, 특정 개인이 고안한 독창적 공정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조리 방식일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김재환 PD의 의혹 제기가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백종원 대표 관련 여러 논란이 이어진 상황에서 "해당 유튜버의 영상과 매출 감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사실을 제기한 것일 뿐 악의적 기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시사점: 프랜차이즈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리스크
이 판결은 현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브랜드 신화의 검증 불가피성이다. 창업자의 개발 스토리나 기업 출발점은 고객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과거 사실이 언제든 재발굴될 수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이러한 검증을 대중 앞에서 수행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기업이 공개한 스토리의 완벽한 사실성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둘째, 손해배상 청구의 한계다. 더본코리아는 가맹점주 개인 명의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익적 표현 활동으로 판단함으로써 높은 법적 입증 부담을 과제로 남겼다. 단순한 매출 감소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셋째,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영향력 증대다. 전통 언론이 아닌 유튜버의 개별 조사 콘텐츠가 대중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법적 판단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일상화되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공식 채널에서의 메시지 관리만으로는 부족함을 의미한다.
결론
법원은 대패삼겹살의 원조가 1980년대 부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판단했다. 이는 현대 외식업의 많은 음식들이 사실 개인의 발명이라기보다 지역 공동의 음식 문화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업과 크리에이터의 갈등 속에서 승자가 결정되었지만, 이 사건이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브랜드 내러티브의 사실성을 먼저 검증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평판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단순히 법적 대응이 아닌 투명한 스토리텔링이 신뢰의 기초임을 이 사건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