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은행 ETF 판매의 폭발적 성장
국내 5대 은행의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 판매액이 63조 546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5조 2149억원) 대비 12배 이상 급증한 규모로, 이는 단순한 상품 인기를 넘어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월별 추이를 보면 증시 활황과 함께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1월 7조 7905억원에서 출발한 판매액이 매달 빠르게 증가하여 5월에는 15조 3114억원에 도달했고, 6월에도 14조 1395억원으로 두 달 연속 10조원을 넘겼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은 은행을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는 비효율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증권사와 달리 은행 고객은 비대면 채널, 은행 창구, 프라이빗뱅킹(PB) 상담 등의 절차를 거쳐 전용 신탁상품에 가입해야 ETF를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급증했다. 5대 은행의 ETF 신탁판매 수수료 합산액은 1월 636억원에서 6월 1265억원으로 2배 가량 뛰었으며, 상반기 누적 수수료는 5488억원으로 전년 동기(441억원) 대비 약 12배 증가했다. 은행권의 1% 안팎의 수수료율이 증권사(0.1~0.3%)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고객의 투자 수익성보다 은행의 수익 창출이 우선되는 구조를 드러낸다.
원인: 복합적 거시경제 요인
이 현상의 배경에는 여러 거시경제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증시 활황으로 인한 투자심리 개선이다. 뉴스에 따르면 은행 고객들이 이전만큼 안정성만 추구하지 않고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안정성을 중시해온 시니어 고객층에서도 ETF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이는 광범위한 자산재배치 움직임을 시사한다.
둘째, 전통 수익원인 방카슈랑스의 위축이다. 5대 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액은 3월 1조 8471억원에서 6월 1조 1306억원으로 38.7% 급락했다. 은행이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연금보험 등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카슈랑스는 수년간 은행의 스테디셀러였으나, 증시 투자열기에 밀려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수신(자금 유치) 방어를 위해 공격적으로 ETF 영업에 나선 직접적 동인이다.
셋째, 은행의 경쟁 강화와 마케팅 확대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들은 유망한 ETF를 연이어 출시하고 고객의 눈길을 끌 만한 행사와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증시 활황이라는 외부 조건에 은행의 적극적 판매 전략이 겹치면서 승수 효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전망: 지속성과 위험요인
현재 추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증시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 ETF 판매액의 급증은 현재의 시장 활황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증시는 확장과 조정을 반복해 왔으므로, 만약 증시 심리가 꺾인다면 은행의 ETF 판매액도 빠르게 식을 가능성이 크다.
고수수료의 지속가능성: 은행 ETF 수수료율이 증권사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단기적 수익에는 유리하지만, 고객 만족도와 장기 자산관리의 관점에서는 위험요인이다. 투자 경험이 쌓인 고객층이 저수수료 증권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카슈랑스의 추가 위축: 방카슈랑스 판매 감소세가 가파르다면, 은행들이 ETF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가 고착될 위험이 있다. 이는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융 생태계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결론
현재 은행 창구의 'ETF 열풍'은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 마감과 국내 증시 활황이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이 고객 유치의 핵심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금융 판매 채널의 지형 변화는 현실이다.
투자자가 실행할 수 있는 단계:
- 수수료 비교 검토: 같은 ETF를 매매할 때 은행(1%)과 증권사(0.1~0.3%)의 수수료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 기간과 규모에 따라 채널을 선택한다.
- 포트폴리오 재점검: 현재 은행을 통해 보유 중인 ETF와 방카슈랑스를 종합 검토해 자산배분의 효율성을 평가한다.
- 시장 신호 모니터링: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ETF 판매액 추세와 금융권의 전략 변화를 주시하여 투자 심리 변화를 조기에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