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신규 풍력 발전의 80% 이상 강원·경북으로 쏠려

정부가 2035년까지 육상풍력 발전 규모를 현재의 2GW(기가와트)에서 12GW로 6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가운데, 신규 건설이 특정 지역에 심하게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6월 기준으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2곳에서 총 9.4GW의 육상풍력 발전소가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며, 이 중 강원 87곳과 경북 66곳이 총 153곳으로 신규 단지의 79.7%를 차지한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더욱 심화되어 신규 육상풍력 발전량의 82.7%가 두 지역에 몰려 있다.

현재 운영 중인 119곳의 풍력 발전소(용량 2.1GW) 중 이미 60%가 강원과 경북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므로, 앞으로 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인: 풍황(風況) 우위와 진입장벽의 비대칭

강원·경북 지역에 풍력 발전소가 집중되는 근본 원인은 자연적 조건이다. 태백산맥 일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바람의 품질과 안정성이 우수해 풍력 에너지 수수율이 높다. 동시에 산지가 광활해 대규모 발전 단지 조성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시장 심리도 작용한다. 발전사업체들은 과거에 이미 인허가를 받은 지역이나 인근 지역을 우선해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규 허가를 받기 쉽다"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 풍력발전사 대표의 증언처럼 국내 풍력 발전 시장이 성장 과정에서 선례와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쏠리는 현상인 셈이다.

위험 신호: 사고·환경 문제 누적

풍력 발전소 집중에 따른 부작용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북 영천, 11월 강원 평창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올해 들어 경남 양산과 경북 영덕에서도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올해 2월 영덕 풍력 발전 단지에서는 발전기를 지지하는 기둥이 꺾이면서 지상 수십 미터 상공의 발전기와 블레이드(날개)가 떨어지는 사건도 있었다.

환경 피해도 지적된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에 따르면 "현장에서 보면 사업자들이 풍력 발전소를 지은 뒤 산림 복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위험이 잠재돼 있다는 의미다. 또한 집중된 지역에는 소방 헬기 운용이 어렵고, 물탱크 같은 화재 대응 시설이 부족해 긴급 상황 대응 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전망과 시사점: 지역 쏠림 해소와 규제 정비 필요

현재의 추세라면 2035년 12GW 목표 달성 과정에서 강원·경북의 비중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2GW에서 6배 확대하겠다고 한 목표를 같은 지역 내에서 충족하려면 기존 지역의 인프라와 허가 체계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집중은 세 가지 과제를 남긴다. 첫째,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안전과 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설 반대 소송도 나오는 상황이다. 둘째, 산림 복구, 소방 의무화, 화재 대응 규정 등 안전·환경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다른 지역의 풍력 발전 가능성을 적극 개발하고, 해상 풍력 등 대체 입지를 병행해야 지역 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지역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맞추려면, 효율성만이 아닌 장기적 위험 관리와 공간 정의(spatial justice)의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