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예상을 하회했지만 '급증'은 멈추지 않다

미국의 5월 무역 적자는 776억 달러(약 118조원)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42.2% 급증한 수치다. 2025년 3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경제학자들의 예상치(784~785억 달러)보다는 적었지만, 적자 증가 추세 자체는 꺾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호재가 두 개 있다. 석유 수출은 계속 증가했고, 석유 제품 수출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수입 증가 규모에 압도당했다. 수출은 비화폐성 금 품목의 하락으로 3.2% 감소한 반면, 수입은 다양한 업종 증가에 힘입어 3.3% 증가했다.

원인 분석: '예비적 수입'이 지표를 흔들다

이 급증의 배경은 두 가지 거시 정책 불확실성이다.

첫째, 이란 전쟁의 공급망 충격둘째, 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 갱신 미결정이다. 이란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차질을 우려했다. 동시에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을 연례 검토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이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블룸버그의 구매 관리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5월 중 상품 비축에 나섰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동시에 AI 투자 붐도 수입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부품 수입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AI 서버와 관련 자본재 수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컴퓨터·통신 장비 수입은 감소했는데, 이는 산업 사이클상 선택적 수입 조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거시 영향: GDP 성장률 'D자 반등' 신호

이 적자 확대는 즉시 2분기 GDP 성장률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 모형 예측에 따르면, 순수출이 2분기 GDP에서 1.62%포인트를 차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분기(0.37%포인트 차감)보다 훨씬 크다. GDP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순수출의 부담이 4배 이상 확대되는 상황이다.

실질 상품 무역 적자(물가상승률 감안)는 5월에 1,000억 달러로 확대됐는데, 이 역시 2025년 3월 이후 최고치다. 단순 명목 적자가 아니라 '실질' 적자까지 급증했다는 점은 수입 물량 자체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중국·베트남으로의 수입 다변화 심화

흥미롭게도 중국, 멕시코, 캐나다, 베트남과의 상품 무역 적자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적자 확대는 주목할 만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급망 재구성(supply chain reconfiguration)'이 진행 중임에도, 베트남 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급처 변경이 아니라 전체 수입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책 불확실성이 만드는 '선반입' 함정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 중 일부가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행정부는 수입품 관세 부과의 법적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책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들은 현 시점에 '미리 사두는(pulling forward)' 전략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대규모 관세 정책 변화를 예고했을 때, 선제적 수입 급증 후 이후 수입이 위축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5월 적자의 42.2% 급증이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유다.

결론

美 5월 무역적자 118조원은 단순한 월별 통계를 넘어 두 가지 거시 위험 신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의 예비적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AI 투자에 따른 구조적 자본재 수입 증가다. GDP 성장률을 1.6%포인트 이상 차감할 수 있는 규모다.

실무 관점의 다음 단계:

  • 공급망 관리자: 6~7월 수입 통계 추이 모니터링. 선제 비축 효과가 소진되면서 수입이 정상화되는지 여부가 관건
  • 투자자: 2분기 GDP 발표 시 순수출 부분 재계산. 실제 경제 성장률이 발표 수치보다 저평가될 가능성
  • 무역 정책 담당자: 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 방향 결정이 향후 적자 규모를 좌우할 변수. 현재의 '연례 검토' 방식은 기업 신뢰도를 더 훼손할 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