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오 감독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묘한 공감이 밀려왔다. 2021년 단편애니메이션 '오페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그가 최근 소설을 펴냈다는 소식 말이다. 단순한 작품 활동의 확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한계와 어두움을 직시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나려는 절박한 발걸음이었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마주치는 매체적 한계, 그 안에서의 답답함

"상업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자기 검열이 심해지고 매체적인 한계에 갇힌다는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에릭 오 감독의 이 말은 단순한 개인의 고백처럼 들리지만, 사실 많은 창작자들이 같은 고민 속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한 번쯤은 이런 막막함을 경험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매체의 제약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데 상업적 압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타협만 하다가는 내가 정말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에릭 오 감독도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를 소설이라는 새로운 매체로 이끌었다.

한 달에 한 편씩, 약 1년간의 절박한 도전

소설집 '천사의 위스키'는 약 1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에릭 오 감독은 "이걸 해내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 달에 한 편씩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5편의 단편소설로 완성된 이 책은 민음사를 통해 출간되었고, 같은 제목의 연주 앨범도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음원 플랫폼에서 공개되었다.

음악가 말립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앨범, 그리고 여러 창작자들과 함께한 공연은 단순히 소설을 다른 형태로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매체에 갇혔던 감독이 자신을 해방시키는 과정 자체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어두운 처지에 있다. 난임 치료로 지친 부부, 주인의 장례식장에서 고통받는 강아지, 아버지의 폭력 속에 자란 아들. 그리고 표제작 '천사의 위스키'의 주인공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영화계에서 퇴출당한 50대 감독 정식이다.

"스스로 '지금까지 멋있는 거 많이 했으니 이제 창피한 거 드러내 보자'고 말하며 부끄러움 없이 들어가려 애를 썼다"는 그의 말이 핵심이다. 이것이 진정한 창작의 시작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한계 앞에서 불안해한다. 특히 창작이나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안 되면 어떡하지", "결국 이게 내 자리가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어느 순간 모든 진행을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에릭 오 감독은 그 불안감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설 속에 그것을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우울한 감정을 파고드는 건 커다란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괴물을 소설을 통해 토해 놓고 보니 일종의 해소감을 느낍니다."

이 말 속에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모든 위로가 들어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부끄러워하는 것, 피하고 싶은 것을 직시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우리를 옭아매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진다.

원고를 끝낸 뒤 에릭 오 감독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기획자의 마인드가 살아났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제약 속에서 발견하는 자유의 형태다.

결론: 당신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답답함, 불안감, 한계라고 여기는 것들은 사실 새로운 시작의 신호일 수 있다. 에릭 오 감독의 이야기는 그것을 보여준다. 매체적 한계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그는 소설이라는 새 매체를 택했고, 약 1년간 한 달에 한 편씩 절박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 그의 소설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 자신이 느끼는 "매체적 한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적어보기. 그것이 진정한 한계인지, 아니면 자기 검열인지 구분하기.
  • 지금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떤 형태(글, 음악, 그림, 대화)라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
  • 한 달에 한 편이라도 좋으니, 작은 시작을 오늘부터 시작해보기. 완성도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