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예능 출연이 불러온 참기름 수출의 급성장

세계 AI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한국식 기름장의 맛을 극찬한 사건이 국내 식품업계를 통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삼겹살에 곁들여 먹는 참기름 양념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트렌드로 부상한 것이다.

현재 수치로 보면 이 열풍은 단순한 언론 화제를 넘어 실제 수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참기름 수출액은 84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상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16억원에 해당한다. 국내 참기름 1위 브랜드인 오뚜기는 연간 약 70억원의 참기름을 수출하고 있으며, 2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참기름 수출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렸고,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80%에 달한다.

원인: K푸드 확산과 해외 수요의 구조적 전환

이 성장은 우발적 사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라면, 김, 만두 등 한식 가공식품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진입 기반을 다진 데 이어, 참기름은 그 다음 단계의 조미료로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해외 소비자들이 유튜브나 드라마를 통해 한식 요리법을 배우고 직접 집에서 따라 만들려는 수요가 형성된 것이다.

오뚜기의 참기름은 대만, 중국, 호주,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1~4월 참기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비빔밥이나 나물무침용 집밥 조미료라는 전통적 용도에서 벗어나, 샐러드 드레싱, 구운 채소, 닭고기 요리 등 서양식 조리에 참기름의 고소한 향을 더하는 용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거시 배경: 글로벌 경기와 환율, 그리고 정책의 지원

참기름 수출 증가 배경에는 몇 가지 거시경제 요인이 작용한다. 현재의 원화 약세는 한국산 식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선진국의 음식 다양성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한식 확산 정책을 추진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구축을 위한 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신뢰도와 품질 관리 역량을 해외 진출의 기초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한식 조리 경험과 함께 팔리는 환경이 형성되어 있어, 제품 자체의 품질이 그대로 마케팅 자산으로 작동하는 효율성도 존재한다.

전망: 지속 가능성과 과제

현재 추세가 지속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의 수출 성장률(CJ제일제당 3년 평균 80%)이 높은 만큼, 기저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해외 경기 침체나 환율 급변, 수입 규제 같은 외부 충격에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참기름의 글로벌 확산은 단순한 일시 트렌드보다는 K푸드 생태계 성숙의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라면과 만두의 입구를 통과한 해외 소비자들이 그 맛의 근원인 조미료까지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수직 확산이기 때문이다.

결론

젠슨 황의 한마디는 이미 진행 중이던 한식 글로벌화 흐름에 촉매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참기름 수출액 840만달러와 CJ제일제당의 3년 연평균 성장률 80%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국내 식품업이 저가 가공식품 수출국에서 프리미엄 조미료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무 차원에서 주목할 점은 이다:

  • 브랜드 다각화 강화: 오뚜기와 CJ제일제당이 참기름뿐 아닌 다른 한식 소스류 개발에도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 시장 진입 가속화: 현재 주력 수출처(대만, 중국, 호주, 일본) 외에 북미, 유럽 신흥 시장으로의 공략 계획이 필요하다.
  • 원가 관리와 가격 책정: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구조 다각화와,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