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3국 협력각서 공식 서명으로 본 'SMR 수출 동맹' 출범

한미일은 7월 7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에 관한 협력각서(MOC)를 공식 서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3국이 보유한 강점을 결집한 전략적 수출 연합체의 출범을 의미한다.

협력각서에 담긴 내용은 구체적이다. SMR 건설 사업 지원, 3국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 사업 자금 조달, 기술·연료·장비 지원 등 원전 프로젝트의 전 단계를 아우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각국이 보유한 강점을 명확히 분담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전 설계 기술, 한국의 건설 시공 역량, 일본의 소재·부품 공급 능력이 상호 보완되도록 구조화했다.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SMR 도입을 희망하는 3~4개국을 염두에 두고 수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SMR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로 파악되고 있다.

원인: 중국 원전 굴기와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의 심화

이 협력이 지금 이 시점에 구체화된 배경에는 두 가지 거시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전력 수요의 급증이다. 데이터센터 운영과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이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전통적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SMR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이 주목받는 중이다.

둘째, 중국의 원전 산업 진출 가속화다. 중국이 '원전 굴기(崛起)'에 나서면서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인태 지역의 신흥국들이 에너지 독립성을 추구하는 와중에 중국이 선제적으로 원전 프로젝트에 접근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특히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달라 건설 기간이 짧고, 자금 조달 부담이 작으며, 다양한 지역에 배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기반 원전 외교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전망: 인태 지역 3~4개국 공동진출의 경제적 의미

한미일의 SMR 수출 동맹이 성공할 경우 몇 가지 경제적 영향이 예상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각국의 관련 기업들이 대규모 수주 기회를 얻게 된다. 한국 건설사와 조선사의 시공 능력, 미국의 기술 라이선싱, 일본의 소재·부품 공급망이 동시에 활성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수출 계약을 넘어 장기적 협력 생태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금 측면에서는 3국 간 신용장·금융 협력 강화가 불가피해진다. SMR 프로젝트는 초기 자본 집약도가 높으므로, 미국의 수출금융기구, 한국의 수출입은행, 일본의 국제협력은행 등이 협력하는 금융 구조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지정학적으로는 인태 지역의 에너지 종속 구조가 재편된다. 에너지 안보가 개별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과 직결되는 오늘날, SMR 도입국들은 한미일과의 기술·자금·장비 관계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파트너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기술 이전 수준, 현지화 정도, 장기 유지보수 역량 확보 같은 실무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보호와 기술 안보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결론: 실무 단계의 주요 과제와 다음 액션

한미일 SMR 수출 동맹의 구체적 성공 여부는 향후 몇 가지 영역에서의 진전 속도에 달려 있다.

첫째, 제1 목표국 선정 및 타당성 조사의 신속화다. 정부와 기업은 인태 지역 3~4개국 후보 중 기술 수용도, 자금 조달 가능성, 정치적 안정성을 종합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늦어지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선점 이득을 잃을 수 있다.

둘째, 한미일 정부 간 규제 조화(Regulatory Harmonization) 추진이다. 각국의 원자력 안전 기준과 환경 규제가 다르면 프로젝트 진행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한 통일된 승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금융·보험 메커니즘의 사전 설계다. SMR 프로젝트의 장기 수익성과 리스크 분산을 위해 정책금융 기구 간 MOU 체결, 다자간 보험 풀 구성, 기술 담보금 메커니즘 등을 미리 구축해야 한다.

이들 과제가 3개월~1년 내 해결된다면 2027년 상반기 내 구체적 사업 착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