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걸 알았을 때
뉴스에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베스트셀러 1위라는 소식을 봤을 때, 저는 어떤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오래된 책을 펼치고 있고, 그것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거든요.
혹시 당신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해진 일상에서, 때론 깊이 있는 이야기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고전을 읽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헷갈리고, 정말 지금 사람들이 이 책들을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까지 드는 거죠.
그런데 요즘 뭔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출판 시장에서도,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도요.
고전이 다시 손에 잡히는 이유
올해 상반기 고전소설·문학선 분야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9.8% 증가했습니다. 절반 가까이 늘어난 거예요. 여기에 『싯다르타』 같은 작품이 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정말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이 변화의 중심에 "독자층의 확대"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엔 30, 40대가 주로 고전을 찾았는데, 요즘은 10, 20대도 함께 책장을 채우고 있어요.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고전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먼 이야기처럼만 느껴지던 책들이 더 가까워진 거죠. 심지어 책을 읽는 것 자체를 멋지게 여기는 '텍스트힙(Text Hip)' 문화까지 생겨났습니다.
흔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각 출판사들이 정말 다른 색깔로 세계문학전집을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판사마다 다른 세계문학전집의 얼굴
당신이 고전을 찾을 때, 어떤 책부터 손에 들까요? 출판사마다 특징이 뚜렷해서, 당신의 읽기 성향에 맞는 전집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어요.
민음사는 세계문학의 정전(正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합니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같은 대표 작가들을 폭넓게 소개해왔고, 지난달 『압록강은 흐른다』를 펴내며 국내 처음으로 세계문학전집 500권을 달성했습니다. 헤르만 헤세 작품만 8종 9권을 냈는데,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인간 실격』, 『동물농장』 같은 스테디셀러들이 계속 팔리고 있어요.
열린책들은 러시아문학에 강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만 29권을 펴냈다니, 그 진정성이 느껴지죠. 추리, 공상과학(SF), 판타지까지 담으면서 외연을 넓혔습니다. 다음 달 300권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색깔이 특별합니다. 출간작의 약 70%가 국내 초역이거든요. 몽골어, 루마니아어, 베트남어 같은 언어권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서, 진정으로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하는 거죠. 폴란드 시인 비서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이 가장 많이 팔렸고, 현재 200권을 넘어섰습니다.
을유문화사는 1959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인 선구자이고, 2008년부터 새로운 전집을 내놓으면서 지금 150권을 넘어섰어요. 문학동네는 근현대 작가의 비중을 높여서, 조금 더 최근의 목소리를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괜찮을까' 하는 마음을 위로하며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선택지가 있으니까, 오히려 내 취향을 찾기가 힘들어"라는 거죠. 맞아요. 선택지가 많으면 편하면서도 부담스럽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각 출판사의 특징을 알면, 당신의 읽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는 거죠. 무겁고 깊이 있는 정전을 원한다면 민음사, 러시아문학이 좋다면 열린책들, 낯선 언어권의 신선한 작품을 원한다면 문학과지성사처럼, 당신의 필요에 맞춰 선택할 수 있어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출판사들이 500권, 300권, 200권, 150권을 넘으면서 펴낸 책들은, 누군가에겐 정말 중요한 목소리였던 거예요. 당신도 그 목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당신이 할 차례
당신도 이 열풍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건 이렇습니다.
- 먼저 당신의 취향을 생각해보세요. 정전을 좋아할까, 새로운 목소리를 찾을까, 특정 지역 문학이 궁금할까요? 그 답이 출판사 선택의 첫 단계입니다.
- 이달의 베스트셀러를 살펴보세요. 실제로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 책이 거기 있을 수도 있어요.
- 한 권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전집이 500권이라고 해서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면, 고전 읽기도 한결 가벼워진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