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전략적 자원 외교의 재개
이재명 대통령이 9일 현지 시간 몽골을 국빈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의 취임 후 가장 빠른 시점의 몽골 방문이며, 취임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방문으로도 기록된다. 정상회담 결과 양국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 구축을 주요 협력 과제로 확정했다.
몽골의 자원 보유량은 주목할 만하다. 희토류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2위이며, 우라늄·구리·몰리브덴·텅스텐 등을 함께 보유해 세계 10대 자원 대국으로 분류된다. 특히 로봇과 전기차 제조에 필수인 희토류 자원은 현대 산업의 핵심 투입재다.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최종 합의 시 상품 시장 개방 규모는 양국 모두 수입액 기준 90% 이상에 달한다. 한국이 몽골산 광물에 부과하던 2~5% 수입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서 한국 기업은 핵심 원자재를 경제적으로 확보할 조건이 조성된다.
원인: 글로벌 공급망 위험과 인플레이션 압력
이러한 자원 외교의 강화는 우발적이 아니라 구조적 필요에 기인한다.
첫째, 핵심 광물 공급망의 리스크이다. 희토류·리튬·코발트 같은 전략 자원의 공급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면 가격 변동성과 공급 교란 위험이 커진다. 몽골은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이면서도 보유량이 충분한 공급처로, 공급망 다각화 전략의 중요한 파트너다.
둘째, 전기차·로봇 산업의 확대에 따른 희토류 수요 증가다. 로봇과 전기차는 모두 희토류를 포함한 첨단 자재가 필수 투입재인데, 이들 산업의 글로벌 성장이 지속되면서 희토류 수급은 점점 팽팽해지는 상황이다. 원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면 공급처 확보가 필수다.
셋째, 한국의 기술·자본·물류 역량이다.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기술과 자본, 물류가 발달한 대한민국"이 "자원 부국 몽골"과 협력하는 구도는 양국의 비교우위를 활용한 전략이다. 한국은 원자재를 조달하고, 몽골은 가공·판매 인프라 구축에서 협력 효과를 노린다.
전망: 비용 구조 개선과 경제 파급
이 협력이 실현되면 한국 기업의 원재료비 부담이 경감된다. 관세 철폐는 단기적 원가 절감 효과를 낳고, 공급망 다각화는 가격 변동성 위험을 줄인다. 특히 로봇·전기차 제조업과 이들 산업의 상류 부품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K뷰티·K푸드 수출도 혜택을 본다. CEPA 최종 합의 시 화장품·라면·조미김 등 한국 주력 수출품에 대한 몽골 측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는 중소 수출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기업-대 국가 차원의 비용 구조 개선이다.
다만 실현의 시간이 중요하다. 양국이 거론한 몽골 신행정수도 건설(300억 달러 규모)과 제2국립암센터 협력은 중장기 프로젝트로, CEPA 협정 체결·비준·이행까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실제 공급망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시사점: 산업별 실무 대응
이 추이는 기업과 정책 입안자에게 다음을 시사한다.
원자재 의존 업체의 경우:
- 몽골 공급처 발굴·협력사 개발을 사전에 진행할 시점이다. CEPA 협정이 최종 합의되기 전부터 관계 구축이 경쟁력 확보의 열쇠가 된다.
- 향후 도입 원가 절감분을 신제품 가격 경쟁력이나 마진 개선에 어떻게 배분할지 사업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정책 수립자의 경우:
- 한-몽 희소금속위원회를 통한 공급망 협력이 구체적 성과를 내도록 로드맵을 명확히 하고, 민간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결론
이번 한-몽골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의 신호다. 희토류라는 전략 자원의 공급처를 다각화하고, 한국의 기술·물류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에서 원가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로봇·전기차 산업의 장기 성장 추세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 협력은 중기적 경제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CEPA 비준·이행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파급 효과는 2026년 후반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