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잠시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봤습니다
저는 요즘 좋은 소식보다 무거운 소식에 먼저 눈이 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게 ‘연상호 군체, 300만 관객 돌파’라는 한 줄이 스쳤을 때, 솔직히 처음 든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안도였습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개봉한 ‘군체’는 개봉 10일 만에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을 통과했습니다. 그것도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200만, 그리고 30일 300만까지 연이어 돌파한 상태입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며 묘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
누군가의 오랜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요즘 같은 시기에 어쩐지 작은 위로처럼 다가왔거든요.
11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모두 비슷한 걱정을 합니다
‘군체’에는 배우 전지현이 ‘암살’(2015)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저는 이 ‘11년’이라는 숫자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오래 쉬었던 자리로 돌아갈 때,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품습니다. “지금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
복직을 앞둔 분, 오래 준비한 일을 이제 막 세상에 내놓는 분, 한참 멀어졌던 무언가로 돌아가려는 분.
저는 압니다. 그 마음 한쪽에는 늘 작은 걱정이 자리한다는 걸요.
- 너무 오래 떠나 있던 건 아닐까 하는 불안
- 그사이 흐름이 다 바뀌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조급함
- 내 자리가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두려움
‘11년 만의 영화’라는 말은, 사실 우리 각자의 ‘몇 년 만의 도전’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봉쇄된 건물 안, 그 설정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봉쇄된 건물 안에 고립된 이들이 감염자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여기서 잠깐, 낯선 제목 ‘군체(群體)’를 짚어볼게요.
군체란 같은 종의 개체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무리를 이루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흩어지면 약하지만 모이면 다른 힘을 내는 존재들, 그 단어 자체가 이 영화의 ‘고립된 사람들’이라는 설정과 겹쳐 읽힙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봉쇄된 공간, 고립된 사람들. 우리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런 시기를 통과해 본 적이 있으니까요.
그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등을 기대며 버티는 이야기가 지금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가 ‘함께 버티는 이야기’에 여전히 목말라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그렇다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우리는 이 소식에서 무엇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군체’가 남긴 사실들 위에서, 제가 실제로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들을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1) ‘속도’가 아니라 ‘쌓임’을 본다
‘군체’는 100만, 200만, 300만을 차례로 넘겼습니다. 한 번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쌓아 올린 결과입니다.
우리의 복귀나 시작도 마찬가지라고 저는 믿습니다. 첫날의 어색함이 둘째 날의 익숙함으로, 그렇게 천천히 ‘누적’되는 거니까요.
2) ‘공백의 길이’가 ‘가능성의 크기’를 정하지 않는다
11년이라는 공백은 길지만, 그 시간이 결과의 한계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래 쉬었다는 사실이 곧 ‘늦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저는 이 한 줄을 요즘 가장 자주 떠올립니다.
3) ‘혼자’가 아니라 ‘무리’로 본다
‘군체’가 칸영화제 미드나이트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고, 구교환·지창욱·신현빈·김신록 등 여러 배우가 함께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좋은 결과는 대개 혼자가 아니라 곁에 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집니다. 다시 시작하는 길에서도, 우리는 생각보다 혼자가 아닙니다.
결론
오늘 저는 한 편의 영화 소식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핵심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지난 21일 개봉해 10일 만에 누적 300만 명을 돌파,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입니다.
- 전지현이 ‘암살’(2015)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며, 봉쇄된 건물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 그 ‘오랜 공백 뒤의 시작’이 우리 각자의 걱정과 닮아 있고, 그래서 작은 위로가 됩니다.
오늘 우리가 바로 해볼 수 있는 다음 단계를 함께 적어둘게요.
- 나의 ‘공백’ 한 가지를 종이에 적어보기 — 그리고 그 옆에 “그래도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한 줄 덧붙여 보세요.
- ‘속도’ 대신 ‘오늘 하루의 쌓임’만 챙기기 — 300만이 하루씩 쌓였듯, 우리도 오늘 하루치만 해내면 충분합니다.
- 곁의 한 사람에게 먼저 말 걸어보기 — 고립된 시기를 함께 버티는 ‘무리’는, 결국 작은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군체’의 빠른 흥행 소식이, 다시 시작하려는 당신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길 바랍니다.
오래 쉬었어도, 천천히 가도, 우리는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