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검경의 순환 원칙 격차가 노출하는 권력 구조의 비대칭성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1일 민주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방침을 겨냥해 "제2, 3의 장윤기 사건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의 핵심은 한국 사법 체계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순환 원칙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검사의 경우 2년(부부장급 이상은 1년)마다 전국으로 근무지를 변경하며, 원칙적으로 연고지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상피제(相避制)를 운영한다. 반면 경찰은 전국 단위 순환 근무 원칙이 없고, 연고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행정 규칙이 아니라 권력의 견제와 집중을 좌우하는 구조적 설계의 차이다.

한동훈 의원의 발언은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인 장 경감의 사례를 겨냥한다. 장 경감은 1999년 입직 후 광산서에서만 18년을 근무했다. 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부실 수사 및 유착 의혹 등 논란이 확산했다.

원인: 견제 메커니즘의 단방향 약화

이 격차가 발생한 이유는 역사적으로 검찰 권력 집중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이 먼저 인식됐기 때문이다. 상피제는 연고지에서의 인맥 네트워크를 통한 부실 수사나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였다. 검사가 2년 단위로 이동하면, 한 지역에서 형성할 수 있는 지연·학연·혈연 기반의 비공식 연결망의 영향력이 자동으로 제한된다.

반면 경찰의 경우 오랫동안 지역 단위 조직으로 분산되어 있었고, 수사권 측면에서 검찰의 감시 대상이자 보조 기관 역할을 해왔다. 이 구조에서는 경찰 개별 지역 조직의 독립성이나 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정책 변화—민주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이 비대칭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경찰 수사의 부실이나 지역적 유착을 외부에서 감시하고 시정할 메커니즘이 상당 부분 소실된다. 한동훈 의원이 우려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상황은 이를 가리킨다.

전망: 구조적 불균형 심화 가능성

현재의 정책 방향이 진행될 경우, 한 곳에 10년 이상 근무한 경찰 수사팀이 내부 견제 없이 수사를 주도하고, 외부 감시(검찰 보완수사)도 사라지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는 장윤기 사건처럼 특정 범죄에 대한 부실 수사나 은폐의 위험을 높인다.

뉴스에 따르면 당내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 공백과 정치적 역풍을 동시에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의원은 이를 두고 "'이제와서 겁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네탓내탓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구조 개선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 경찰에도 검찰 수준의 상피제와 순환 원칙을 도입해 지역 기반 유착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방식. 둘째,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공백을 경찰 내부 감시 체계 강화(감시관(監査官) 제도 확대, 수사 투명성 공개 등)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결론

검경의 순환 원칙 격차는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견제 구조의 비대칭성을 드러낸다. 장윤기 사건이 보여준 부실 수사의 위험을 줄이려면, 경찰의 상피제 도입과 순환 근무 원칙 강화, 또는 이를 보완할 내부 감시 체계 확충이 필수적이다.

실무자를 위한 다음 단계:

  • 소속 조직의 인사 순환 정책을 점검하고, 지역 기반 유착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 정책 변화(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고, 조직 내 감시·견제 메커니즘의 강화 필요성 검토하기
  • 권력 구조의 불균형이 야기할 수 있는 사건들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투명성 기준 마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