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관행의 변곡점: 교육교부금 개편 공식화

교육 예산의 자동 배분 메커니즘이 흔들리고 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7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육교부금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해온 이 제도가 1972년부터 54년간 유지된 뒤 공식적인 개편 대상이 된 것이다.

현재 교육교부금의 규모는 오는해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한 추가 세수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편 논의가 이제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 제도가 왜 지금 도마 위에 올랐는지, 거시 재정 관점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의무지출 과반, 재정 여력의 구조적 위기

기획처가 교육교부금 개편을 핵심 과제로 꼽는 배경은 단순하다. 박 장관은 회의에서 "의무지출이 이미 총지출의 절반을 넘어 재정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가용 재정(재량적 지출)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교육교부금이 의무 배분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본래 설계 기준이 현재와 맞지 않는다. 1972년 제도 도입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328달러에 불과했고 학령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 안정적 교육 예산이 국가 과제였다. 하지만 현재는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난 반면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예산은 증가하는데 수요는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교육 내 불균형이 심하다. 교육교부금은 초중고 분야에 집중적으로 쓰이는 반면 영유아, 대학, 평생교육 등 다른 교육 분야는 만성적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 자리 조 원의 예산이 특정 분야에만 경직되어 있다는 뜻이다.

셋째, 내국세 연동의 경직성이다.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자동 배분되는 20.79% 비율은 재정 당국의 정책 조율 능력을 제약한다. 추가 세수가 생기면 자동으로 교육에 배분되므로 긴급 재정 수요나 새로운 정책 우선순위에 대응하기 어렵다.

기획처의 전략과 교육계의 저항

박 장관은 "그동안 구조조정의 성역으로 간주해온 의무지출에 대한 혁신을 본격화하겠다"며 교육교부금 개편에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투자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서 '환경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를, '투자 안정성'은 초중고만이 아닌 영유아·고등·평생교육 전반으로의 확대를 의미한다.

다만 교육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내국세 연동 20.79% 틀은 기본으로 유지할 것을 주장했고,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협의회도 "내국세 연동은 자주성 등 교육의 헌법적 가치를 뒷받침한다"며 현 수준 유지를 분명히 했다. 예산 감소를 우려한 입장이 뚜렷하다.

거시 재정 압박의 신호

이번 개편 공식화는 한국 정부 재정이 직면한 구조적 제약을 드러낸다. 의료보험, 기초연금 등 다른 의무지출도 이미 총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나 긴급 대응이 필요할 때마다 "기존 예산을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가 국정의 핵심 질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처가 교육교부금과 함께 기초연금도 개편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의무지출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개편 신호다. 이는 단기적 재정 위기 극복을 넘어 향후 10~20년 재정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론: 개편의 장기적 의미

교육교부금 개편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책 철학의 전환을 의미한다. 반세기 전 설계된 자동 배분 체계를 현 경제·사회 조건에 맞춰 재편성한다는 것이다. 교육계의 우려도 타당하지만, 기획처의 주장처럼 예산이 필요한 영역들(저출생 대응 영유아 교육, 고등교육 지원 등)에도 재원이 흘러가야 하는 현실 역시 외면할 수 없다.

다음 단계: 교육청, 학교 현장의 예산 계획을 점검하되, 기획처의 개편 방향이 확정될 때까지 과도한 재정 편성을 피할 것.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육계와 재정 당국의 입장차가 좁혀질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개편 세부안 발표 시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