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하나의 역설을 담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2%에서 3%로 상향 조정하며 반도체 호황에 기반한 질적 성장의 모멘텀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취업자 증가 폭은 15만 명으로 기존 예상보다 1만 명을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드러낸다.
반도체 호황과 거시 성장의 가속화
올해 경상 GDP는 전년 대비 1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996년 이후 최고치로, 물가를 제외한 실질 GDP 3.0% 성장률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2021년 4.7%)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반도체 수출의 급격한 증가가 주요 동인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에 근접하고 국가채무비율은 40%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를 토대로 "잠재성장률 3%, 무역 세계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을 성장동력 회복의 원년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현실화
그러나 이 거시 성장의 모멘텀이 노동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명확해지고 있다. 취업자 증가 폭이 15만 명으로 조정된 반면,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로 기존 전망이 유지되었다. 이는 경제 규모는 커지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디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자동화와 고부가가치 산업 특성상 대량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반도체 쏠림을 해소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더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기 변동에 취약해질 위험도 커진다.
정부의 대응과 남은 과제
정부는 이 괴리를 인식하고 지방 중심의 성장동력 강화와 청년 취업난 완화 대책을 제시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등 지역 투자를 통해 고용 기반을 다층화하려는 시도다. 물가 상승률(2.6%)도 중동 전쟁 여파로 상승 예상되는 만큼, 금리 조정과 소비 진작 정책의 균형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거시 성장 지표와 고용 지표의 괴리를 좁히려면 구조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반도체 외 신성장 산업 발굴,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 고용 친화적 정책 설계가 병렬로 진행되어야 성장이 실제 고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론
현황: 정부의 성장률 상향 조정(2% → 3%)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거시 경제 개선을 반영하지만, 취업자 전망 하향 조정(15만 명)은 고용 없는 성장 구조를 명확히 드러낸다.
다음 단계:
- 투자자: 반도체 외 신성장 산업 및 지방 관련 프로젝트 분야에서의 기회 점검
- 구직자: 성장 산업 재정의—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난 분야의 취업 전략 수립
- 기업: 자동화 투자와 고용 창출의 균형, 지역 인재 확보 전략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