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주미 대사가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15일부터 닷새간 일시 귀국했다. 통상 대사는 주재국 정상의 방한 계기 등으로 귀국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시 귀국은 이례적이다. 이는 한미 간에 풀어야 할 현안들이 상당히 쌓여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드러낸 세 가지 주요 불만
강 대사는 청와대 안보실, 산업통상부·재정경제부·국방부 등 경제부처와 함께 세 가지 핵심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첫째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수위와 조사 방식이 국내 기업 대비 더욱 엄격하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둘째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의 시행이다. 미 국무부는 9일 공식입장을 통해 이 법이 과도한 콘텐츠 규제를 초래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 중이라고 밝혔다.
셋째는 대미 투자 이행 지연 문제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JFS)에 따른 3500억 달러(약 523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지난달 18일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1호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측 압박의 신호들
현재까지 쿠팡, 정보통신망법, 대미 투자 등 통상 현안이 핵추진잠수함 및 우라늄 농축 등 안보 협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불만이 점차 누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투자 이행 속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 관련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협상 포인트
이번 귀국은 부처 간 조율을 통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제시한 세 가지 현안을 동시에 해결하려면 정부의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미 투자 이행이 지연되는 배경을 분석하고 이를 가속화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시에 정보통신망법의 입법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는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쿠팡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이 차별적이지 않았음을 확인시키는 설득도 필요하다.
결론
강경화 대사의 이례적인 귀국은 한미 간 통상 현안이 단순한 외교 협의를 넘어 실질적 이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쿠팡, 정보통신망법, 대미투자라는 세 현안의 해결 방식이 향후 한미 관계의 기조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실무 관점에서 주목할 사항:
- 대미 투자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기관은 정부의 투자 승인 절차 개선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시점
- 정보통신망법 준수를 준비 중인 플랫폼 기업은 해당 규정의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
- 정부 부처는 한미 정상 합의 사항의 구체적 이행 일정을 제시하고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