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의 K&L뮤지엄에서 열린 '사유의 두 축'전을 보며, 저는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광주에서, 사천에서, 각각 자신의 길을 걸어온 두 작가의 이름이 함께 전시되는 모습 말입니다. 지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수십 년을 묵묵히 그림을 그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중앙 미술계의 소식만 추적하다 보면 쉽게 놓칠 수 있습니다.

광주에서 40년, 두꺼운 붓으로 삶을 담다

한희원 작가는 올해 71세입니다.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미술을 가르치다가 1997년, 그제야 교단을 내려놨습니다. 약 30년간 학생들 앞에 서다가, 늦깎이 전업 작가가 된 것입니다. 전남 광주 남구 양림동에서 '한희원미술관'을 운영하며, 지역 동료 작가들과 함께 '양림골목비엔날레'를 만들어 문화 기획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 민중미술 초기 작품부터 최근 추상화까지 40여 년에 걸친 작품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생' 연작 중 가로 3m 대작 '생의 파문'은 두꺼운 붓 터치를 쌓아 올려가며 파도 같은 움직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그의 예술 철학을 가장 잘 드러냅니다. 한 번에 휘갈린 게 아니라, 붓질 위에 붓질을 더하며 만들어진 화면의 밀도 있음이 바로 세월의 무게입니다.

길 위에서 계속 그려가는 용기

한생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2000년대 초 노란 중고 버스를 작업실로 개조한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길 위의 화가'로 불렸습니다. 경남 사천을 기반으로 작업하면서도, 어디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증명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가 독특한 점은 재료입니다. 조개껍데기와 기와, 소주병 같은 일상 속 버려진 것들을 빻아 물감과 섞습니다. 평범한 길에서 줍는 것들이 그의 예술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삼라' 시리즈와 '산수' 연작, 그리고 주역을 바탕으로 한 '주역 64괘'는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적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강렬한 색감과 경쾌한 리듬 속에는, 지역에서 계속 그리기로 결심한 예술가의 단단함이 있습니다.

지역은 약한가, 아니면 우리가 못 본 것인가

뉴스를 보면 종종 '서울의 유명 갤러리', '국제 미술제', '대도시 미술관' 같은 표현이 따릅니다. 광주, 사천 같은 지역 이름은 부수적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K&L뮤지엄은 2023년 개관 이후 오스트리아 전위 예술가 헤르만 니치,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 등의 국제 현대미술을 선보여왔습니다. 그런 미술관이 처음으로 지역 작가 기획전을 열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미술관 학예실장의 말처럼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세계적"이라는 믿음이 전시의 출발점이었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40년을 그려온 작가의 작품이, 결국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불안감 속에서 계속 그림을 그려온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 이렇게 묻게 됩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할 때 얼마나 단단해질까요?

결론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생각해볼 여지를 줍니다. 지역에서의 예술 활동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떤 조건 속에서든 창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들:

  • K&L뮤지엄의 '사유의 두 축'전 정보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직접 방문해보세요. 두꺼운 붓터치와 강렬한 색감이 만나는 화면을 통해 지역 예술의 깊이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 당신이 사는 지역의 미술관, 갤러리, 문화 공간에서 지역 작가들의 활동을 찾아보세요. 혹시 당신도 예술가라면, 지역에서의 기반 다지기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 뉴스와 미디어에서 놓치고 있는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것이 우리 문화 생태계를 더 풍요롭게 할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