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한 기사를 읽으면서 한동안 그 문장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님은 갓슴니다"—만해 한용운이 1926년 5월 20일 세상에 내놓은 시집, 그 고전 문학의 첫 문장입니다. 올해는 그 '님의 침묵'이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난 그리고 현재, 혹시 어떤 고전 문학을 읽으면서 "이 책이 정말 원래 이렇게 쓰여 있나?"라고 궁금해하신 적은 없을까요?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음을 아실 수 있게 하는 전시가 오늘 열리고 있습니다.
100년 여정 속에서 변해간 문학의 모습
충남 홍성군의 홍주성역사관에서는 이번 달 23일까지 '님의 침묵 100년 100권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100년 동안 간행된 각종 판본 100권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전시입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초판본입니다. 1926년 5월 20일 회동서관에서 간행한 초판본은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도 특별히 귀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초판의 발행 부수가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시 일제의 검열과 압수로 유통이 제한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3년 2월 경매에서 이 초판본은 1억5100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근현대 문학 서적 경매 중 최고가였습니다.
시간이 남긴 작은 변화들
흥미로운 것은 '님의 침묵'이 단순한 재인쇄를 넘어, 세월을 거치면서 문장들이 변해갔다는 점입니다. 초판본에는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한 이후, 재판본(1934년)부터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용어 등이 끊임없이 수정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별로 시어가 임의로 대체되거나 문장이 빠지는 일도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1950년 한성도서 개판본에서는 시 '이별'에서 3문장이 빠졌고, '칠석'에서는 '님'이 '남'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읽는 고전이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쳐 완성되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원전에 가까워지려는 노력들
이런 변화 속에서 만해아카이브연구소는 만해의 모든 작품을 초판본, 친필 원고, 이후 판본 등과 일일이 대조하여 가장 원전에 가까운 표준본('교감영인 만해 용운당전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님의 침묵'이 정말로 만해가 의도한 그대로일까 하는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그런 마음의 한 구석이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많은 판본들—100권의 모습들—이 시간 속에서 보살펴온 텍스트도 또한 우리의 문학 유산입니다.
역사 속에서 그 책이 어떻게 읽혔는지, 어떤 세대가 그 문장들을 손에 쥐고 밤을 새웠는지를 보는 것도 소중합니다.
결론
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책 전시가 아닙니다. 우리 문학이 일제강점기, 광복, 근현대기를 거치며 어떻게 변해갔는지 보는 창이자, 우리말의 변화를 간직한 기록입니다.
만약 고전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문화유산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이번 달 23일까지 홍주성역사관을 방문해 직접 그 100권의 시간을 만나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