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칠 때는 눈으로 보는 경험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무언가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경험을 원하는데, 시각만으로는 그것이 어려울 때 말이다. 최근 서울에서 이런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초구 헌릉로에 자리한 오디움(Audeum)이다. 오디오 역사를 통해 '소리를 듣는 경험 자체'를 전시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오디오 전문 뮤지엘이다.

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나는 무언가 온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한 기쁨을 느꼈다. 일반적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귀를 통해 문화를 만나는 경험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정말 가능할까? 축음기부터 하이엔드 오디오까지의 긴 역사가 어떻게 소리와 함께 전달될까? 여기저기서 이런 의문들이 들려오는 것 같다.

건축과 음악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

오디움은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의 가치는 규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를 맡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철학으로 알려진 그가 오디움에서 선보인 건축미는 정말 인상적이다.

건물의 외관에는 약 2만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가 수직으로 배치되어 있다. 먼발치에서 보면 숲속 나무를 연상시키는 형태인데, 보는 방향과 시간, 햇빛에 따라 건물의 표정이 달라진다. 이런 독창적인 설계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실제로 오디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부문에서 내부 특별상을 수상했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 건축물 자체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이유다.

예약 필수, 도슨트와 함께하는 특별한 여정

오디움은 일반 박물관처럼 자유롭게 관람하는 방식이 아니다. 모든 관람은 예약을 통한 상설전시 <정음: 소리의 여정> 도슨트 투어로 진행된다. 공식 누리집에서 예약할 수 있는데, 1인당 1매만 예약 가능하고, 회차별 입장 인원이 2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원하는 날짜에 방문하려면 예약 오픈 시간에 맞춰 신청할 필요가 있다.

도슨트 투어는 3층에서 시작해 층별 전시를 따라 내려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문 도슨트가 오디오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시대별로 쉽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오디오 기술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축음기부터 하이엔드 오디오까지, 직접 귀로 만나는 역사

전시장에는 발명왕 에디슨의 초기 축음기를 비롯해 100여 년이 넘는 오디오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축음기와 실린더, 진공관 라디오, 빈티지 스피커, 현대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명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단순한 전시인 이유는 소리 때문이다.

도슨트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실제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음향과 섬세한 소리의 표현력은 공연장에 온 듯한 몰입감을 준다. 같은 음악도 오디오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디움이 '귀로 즐기는 이색 박물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결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가봐야 할 곳이 오디움이다. 시각과 청각이 조화를 이루는 경험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쳐 있던 마음도, 무언가를 찾고 있던 마음도 이곳에서 온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공식 누리집에서 예약 오픈 시간을 확인하고, 원하는 날짜의 회차를 사전에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25명 제한이라는 조건 때문에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축음기부터 하이엔드 오디오까지의 역사를 느끼는 특별한 경험, 이제 서울에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