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한 권의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편혜영, 최진영, 정한아, 정보라, 예소연 등 다섯 여성 작가가 참여한 앤솔러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창비)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말 없이 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제목이 속삭이는 듯했거든요.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많은 여자들이 자신을 '미쳐 보인다'고 느끼는 그 불안감의 정체가 뭘까? 그 질문 속에서 이 책은 조용히 대답합니다.
뒤틀려 보이는 것들의 진짜 이유
편혜영 작가의 단편 '재배의 경제'는 옹벽에서 굴러떨어진 누나와 동생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다친 동생을 보살피던 누나가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동생이 실제로는 멀쩡한 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내자는 것입니다. 한 팔로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숨을 헐떡이는 누나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정말 묻는 건 따로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몸이 얼마나 자원이 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손상되는지 말이죠. 책 속 여자들은 광기 어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입니다.
비슷한 처지라면, 당신의 그 불안감은 혼자가 아닙니다
정보라 작가의 '부서지는 여자'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다가 멈추게 됩니다. "억압이 사람의 마음을 부순다. 그런 세상이 여자를 미치게 만든다."
혹시 당신도 비슷한 질문을 되짚어본 적 있나요? 내가 견디지 못하는 것, 내가 약해 보이는 것, 내가 부서져 보이는 것들이 정말 내 탓일까 하고 고민한 적 있나요?
편혜영 작가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삶으로부터 도망치려다 주저앉고 마는 여자들, 인생에 별로 바란 게 없는데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은 여자들 이야기는 언제나 내가 겨는 가장 슬픈 이야기."
누군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눈물이 날 겁니다. 내 감정이 누군가에 의해 검증받는 순간이 올 테니까요. 내가 느끼던 혼란감이, 내가 견디기 힘들어 하던 그 감정이 단순히 '내 약함'이 아니라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시스템의 무게 때문일 수 있다는 깨달음. 그게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단단한 지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소설집이 하는 말은 분명합니다. 너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네가 부서져 보이는 건, 너를 부수려고 했던 세상의 탓입니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 이 소설집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를 직접 읽어보기
-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누기
- 개인의 약함처럼 느껴지던 감정들이 사실은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걸, 누군가와 함께 깨닫기
그것이 가장 단단한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