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검찰·경찰 수사권 재편의 한가운데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억울한 1%의 피해자가 없도록 세밀하게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하면서도, 보완수사권 폐지 시 전건송치(수사기관이 모든 사건을 기소 담당 기관에 송치하는 제도) 부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적 약자 관련 범죄에서는 예외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양립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경찰 수사 건의 보완을 명령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관 간 권한 다툼이 아니라, 10월 2일 출범 예정인 공소청(검사 독립성 제약 및 경찰 통제 기구)과 맞물려 있다. 권력 구조의 근본적 재편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와 수사 적절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원인: 공소청 출범과 수사 공백의 우려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의 배경에는 검찰 수사권 축소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 다만 폐지 후 경찰 수사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사회적 약자·여성·장애인·아동 피해자 범죄에서 '사건 암장' 등이 생겼을 때,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것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완수사 요구권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경찰이 그대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 장관이 강조한 전건송치는 수십만 건의 사건 중 결정이 바뀌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결정이 바뀌는 비율이 1%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지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 장관은 "수십만 건 중 1%면 몇천 건이 넘는다. 그 1%의 억울한 사람들을 없게 하는 게 검찰의 존재 이유"라고 반박했다.
쟁점: 약자 보호 vs 권력 견제의 교집합 찾기
법사위에서 드러난 입장 차이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을 보여준다.
보완수사권 부분 존치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권력 견제의 필요성만큼이나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전면 폐지론: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보완수사권도 수사권이다"고 지적했으며, 진보당 손솔 의원도 "기본적으로 보완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공소청 출범과 맞물린 경찰 수사 역량 강화를 대비한 입장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두 입장을 모두 포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억울한 1%"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폐지 과정에서 세밀한 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명시적 신호다.
전망: 10월 이후 수사 체계의 실제 작동
보완수사권 폐지가 확정되면, 경찰 사건 처리의 스크리닝 강화가 필수적이다. 정 장관이 "경찰의 사건 처리를 스크리닝해 피해자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강조한 이유다. 공소청 출범 후 경찰·공소청·검찰 간 권한 배분이 실제로 작동할 때, 약자 범죄의 처리 기준이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건송치 부활 여부는 별도로 판단되겠지만, 현 논쟁에서 주목할 점은 정 장관이 "수십만 건 중 1%"라는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통계 기반의 정책 조정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결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억울한 1% 피해자도 없게 해야"는 발언은, 보완수사권 폐지 시 권력 견제와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수사권 조정을 넘어, 경찰·검찰·공소청의 새로운 권력 체계에서 약자 보호 메커니즘을 어떻게 내장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이다.
실무적 시사점으로는, 첫째 폐지 결정 시 경찰의 서류 검증 기준 강화, 둘째 사회적 약자 범죄의 명확한 분류 체계 수립, 셋째 공소청 출범 이후 초기 1~2년간의 사건 처리 데이터 축적과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