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재 유지 전략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최고 등급을 받은 직원도 절반 이상이 퇴사를 고려하는 상황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리멤버앤컴퍼니가 공개한 'HR 트렌드' 상반기 결산호에 따르면, 성과평가 제도에 대한 신뢰 부족과 핵심 인재 이탈 사이의 직접적 상관관계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성과평가 제도에 대한 신뢰도, 70% 이상이 불신

국내외 기업 HR 담당자 800여 명 대상 조사 결과, HR 담당자의 70.8%는 자사 성과평가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 이는 제도 설계 자체의 문제보다는 운영 과정에서의 실행 미흡을 드러낸다.

불신의 구체적 이유를 보면:

  • 형식적일 뿐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 38.7%
  • 제도는 합리적이지만 임원 개입 등 운영 과정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32.1%

두 항목을 합치면 70% 이상이 실행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즉, 평가 기준과 절차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인사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임원진의 자의적 개입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고 등급 S를 받아도 56.7%가 이직 의향

성과평가 결과가 인재 유지와 거의 무관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평가 등급별 이직 의향 현황을 보면:

  • S등급(최고 등급): 56.7%
  • A등급: 62.7%
  • B등급: 83.5%
  • C등급: 92.9%

눈에 띄는 점은 S등급도 절반 이상(56.7%)이 떠날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고 성과 직원의 이직 의향이 가장 낮아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이직 의향이 높아지는 패턴은 보이지만, S등급도 절대 안전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평가 결과가 보상이나 직급 상승으로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평가 후 8~9월 최고조 인재 이탈

리멤버 앱의 실제 행동 로그 분석에서 더욱 구체적인 신호가 포착되었다. 채용공고 조회는 평가 결과 통보가 마무리되는 8~9월에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설문 응답자의 74.4%는 최근 1년 안에 이력서 또는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상태다.

이는 다음 두 가지를 의미한다:

  • 인재 유출의 적신호: 평가 시즌이 이직 결정의 트리거 역할
  • 이미 준비된 이탈: 평가 전부터 이직을 고려한 직원들이 대다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평가 발표 직후는 핵심 인재 이탈 방지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성과평가 제도의 실질적 작동 문제

흥미롭게도 평가 등급이 이직 의향과 역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제도의 본질적 한계에 있다. 리멤버 리서치사무실장 주대웅은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은 평가 시즌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평가 제도만으로는 인재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평가 결과 이후의 추가 보상이나 경력 개발 기회 제시가 수반되지 않으면, 평가는 단순한 형식 절차에 머무른다. 또한 평가 과정에서 상급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결론

2026년 상반기 현재, 국내 기업의 성과평가 제도는 높은 불신과 함께 핵심 인재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최고 평가를 받은 직원도 절반 이상이 퇴사 의향을 갖고 있고, 평가 발표 후 8~9월 인사이동이 집중되는 현상은 이를 입증한다.

실무 적용 시사점:

  • 평가 제도 설계와 함께 평가 직후의 보상 및 경력 개발 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필요
  • 평가 결과의 투명성과 일관성 확보로 제도에 대한 신뢰도 회복
  • 상반기(평가 전)부터 핵심 인재 유지 전략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되, 평가 발표 후 8~9월의 이탈 집중 시기를 대비하는 구체적 인재 관리 방안 수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