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026년 5월 31일, 서울시장 선거의 막판 격전지는 강남권으로 좁혀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나란히 보수 성향이 강한 강남4구를 찾아 표심을 공략하면서, 두 후보의 설전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 차분하게 흐름을 짚어 보면 이번 충돌의 본질은 단순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과 정권심판론을 둘러싼 노선 경쟁이다.
현황: D-3, 강남권에서 정면으로 부딪힌 두 후보
오늘 두 후보의 동선은 공교롭게도 같은 권역에 겹쳤다.
- 정원오 후보: 강동구 길동복조리시장 → 송파구 석촌호수 → 서초구 잠수교
- 오세훈 후보: 강동구 암사역 → 송파 잠실야구장 → 서초 반포한강공원
같은 강남권을 훑으면서 두 후보가 던진 메시지는 정반대다. 정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안전불감증 시장을 바꿔 달라”고 비판했고, 오 후보는 “존재감 없는 허수아비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받아쳤다. ‘안전불감증’과 ‘허수아비’라는 두 프레임이 막판 구도를 압축하는 키워드가 된 셈이다.
여기서 ‘정권심판론’이라는 용어를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정권심판론은 현직 대통령·집권 세력의 실정을 선거 쟁점으로 삼아 표를 모으는 전략을 뜻한다. 오 후보는 이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정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맞서고 있다.
원인: 왜 ‘부동산’과 ‘안전’이 강남권 승부처가 됐나
이번 강남권 충돌의 한복판에는 부동산 공급 이슈가 있다. 경제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주거 비용과 재건축은 강남권 유권자의 자산 가치와 직접 연결되는 변수다.
정 후보는 강동 유세에서 “본인이 약속을 못 지켜서 주거난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며 부동산 공급 부족의 책임을 오 후보에게 돌렸다. 부동산 공급 부족이라는 거시 변수의 원인을 현직 시장의 정책 실패로 규정한 것이다.
반대로 오 후보는 부동산 정상화를 중앙정부 협상 카드로 끌어올렸다. 오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며 임기 시작 직후 국무회의에서 ‘서울시민 5대 명령’을 대통령 앞에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가 제시한 5대 명령은 다음과 같다.
-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정상화
-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 부동산 세금폭탄 예방 장치 마련
- 수도권 규제 완화
- 공소 취소 저지
이 가운데 앞의 네 가지가 모두 부동산·주택 공급과 직결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즉 오 후보는 강남권의 핵심 관심사인 재건축과 세제, 규제를 한데 묶어 중앙정부 대상 정책 협상력을 표로 환산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다만 정 후보는 이를 두고 “‘윤석열 폭정’에 아무 말도 못 했던 분”이라며 협상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편 정 후보 측은 ‘안전’을 또 다른 축으로 세웠다. 정원오 캠프 이해식 총괄선대본부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와 서소문 고가 붕괴 참사를 거론하며 “생명과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사전투표율 상승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안전성까지 시정 평가의 잣대로 끌어들인 셈이다.
전망: 사전투표율 23.84%가 던지는 신호와 시사점
가장 객관적인 지표는 투표율이다. 서울은 지난달 29·30일 사전투표에서 역대 최대 투표율인 23.84%를 기록했다. 이 숫자를 두고 양 진영의 해석은 정확히 엇갈린다.
- 정원오 캠프: “2030 보수층에서 투표율이 더 떨어질 수 있어 55% 내외의 높지 않은 투표율에서 정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올 것”
- 오세훈 후보: “얼마나 이 정부에 실망하고 고칠 게 많다고 생각하는지 수치로 여실히 드러났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사전투표율 상승은 특정 진영의 절대적 우위로 곧장 연결되지 않았고, 본투표 당일의 연령별·지역별 분포가 최종 결과를 가른다. 따라서 23.84%라는 기록치는 승부 예측의 근거라기보다, 양측 모두 결집 동기가 강하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합리적이다.
정 후보 측이 제시한 ‘55% 내외’ 전망은 캠프의 자체 가정에 가깝다. 실제 최종 투표율과 권역별 표심이 이 가정과 어긋날 가능성도 함께 열어 두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부동산 공급·세제라는 경제 변수와 정권심판론이라는 정치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강남권은 재건축 기대와 세 부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 밀집 지역인 만큼, 5대 명령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의제가 실제 표심을 얼마나 움직였는지가 6월 3일 개표에서 드러날 핵심 관전 포인트다.
결론
오늘 강남권에서 벌어진 ‘안전불감증’ 대 ‘허수아비’ 공방은 부동산 정책과 정권심판론이 맞물린 서울시장 선거의 막판 축소판이다. 정 후보는 안전·주거난 책임론으로, 오 후보는 부동산 정상화와 중앙정부 협상력으로 강남권을 공략하고 있으며, 사전투표율 23.84%라는 기록치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단정하기 이른 국면이다.
남은 사흘 동안 유권자가 점검해 볼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공약의 실현 경로 확인: 오 후보의 ‘5대 명령’ 중 재건축·세제·규제 항목이 시장 권한만으로 가능한지, 중앙정부 협조가 필요한지 구분해 본다.
- 안전 이슈의 사실관계 점검: GTX 삼성역·서소문 고가 등 거론된 사안의 책임 소재를 공식 자료로 교차 확인한다.
- 투표율 흐름 주시: 6월 3일 당일 연령별·권역별 투표율 분포가 사전투표 23.84%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지켜본 뒤 결과를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