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둔 오늘, 정치 현안을 경제 애널리스트의 시각으로 본다면 가장 눈에 띄는 신호는 하나다. 같은 당내에서도 하나의 국가기관·국책사업을 두고 서로 다른 지역이 동시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하는 ‘제로섬(Zero-sum) 공약’의 남발이다. 제로섬이란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로 정확히 상쇄돼 합이 0이 되는 구조를 말한다. 국책사업처럼 입지가 단 한 곳으로 귀결되는 자원에서 여러 후보가 동시에 유치를 내건다면, 구조적으로 다수는 ‘공약 미이행’이 예정돼 있다는 뜻이다.

현황: 하나의 사업, 복수의 ‘유치’ 공약

뉴스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겹치기 공약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 유엔 AI(인공지능) 허브 —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22일 용산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며 “용산에 유엔 AI 허브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가 모두 AI 허브 유치를 공식 공약으로 내걸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경선 경기 고양시장 후보 등이 같은 공약을 냈다.
  • 우주항공 도시 — 국민의힘 박동식 경남 사천시장 후보, 한경호 경남 진주시장 후보, 유명현 경남 산청군수 후보가 동시에 ‘우주항공 도시’ 유치를 공약했다.
  •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김선민 경남 거제시장 후보가 동시에 ‘배후도시’ 조성을 약속했다.

배경에는 정부의 실제 사업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유엔 산하 기구 9곳,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 5곳과 국내 유엔 AI 허브 조성에 합의한 상태다. 여당 후보들은 이 글로벌 사업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와 AI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즉 ‘하나의 파이’를 두고 같은 당 후보들이 각자 자기 지역을 가리키는 형국이다.

원인: 검증 부재와 ‘화제성 우위’의 유인 구조

경제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유인(incentive) 구조의 문제다. 후보 입장에서 화제성 큰 공약을 내거는 한계비용은 낮고, 미이행에 따른 책임 비용은 선거 시점에 즉각 청구되지 않는다. 반면 화제성에서 얻는 단기 득표 효과는 분명하다. 이런 비대칭이 존재하는 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일단 큰 공약을 내놓는 행태는 합리적 선택이 된다.

여기에 ‘교통정리’ 기능의 부재가 겹친다. 뉴스는 같은 당내 중복 공약 남발의 원인으로 당 차원의 자체 검증과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목한다. 시장에서 중복 투자를 걸러내는 조정 메커니즘이 없으면 과잉 약속이 방치되듯, 정당이라는 조직 내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보 비대칭도 작용한다. 이번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전투표 하루 전에야 서울·울산시장, 부산 북갑 국회의원 선거 TV 토론회가 열렸고, 후보 간 이견으로 서울·경기 등의 TV 토론은 1회로 끝났다. 검증의 장(場)이 좁아질수록 공약의 진위를 가릴 비용은 유권자에게 전가되고, 화제성 공약이 검증 공약을 밀어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전망: 시사점과 ‘기회비용’이라는 청구서

거시적으로 이 이슈가 놓인 위치는 분명하다. AI 허브, 우주항공, 신공항 배후도시는 모두 산업 사이클의 상승 국면에 있는 테마다. 성장 기대가 큰 분야일수록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그만큼 제로섬 공약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다만 입지가 한 곳으로 정해지는 사업의 특성상, 다수 지역의 공약은 사후에 ‘미이행’으로 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제로섬 공약의 진짜 비용은 ‘기회비용’이다. 실현되지 않을 약속에 행정 역량과 유권자의 기대가 묶이는 동안, 검증 가능한 생활·재정 공약이 받을 관심은 그만큼 줄어든다.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하나 있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 30일 치러진 사전투표율은 23.51%로, 4년 전 지방선거의 20.62%보다 2.89%포인트 오른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정책 검증에 대한 무관심이 지적되는 가운데서도 참여 의지 자체는 높아진 상태다. 이는 화제성 공약의 단기 효과와, 검증을 요구하는 유권자 압력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임을 시사한다. 향후 이 둘 중 어느 쪽이 우세할지가 겹치기 공약의 지속 여부를 가를 변수다.

결론

이번 6·3 지방선거의 ‘겹치기 공약’은 화제성의 한계비용이 낮고 미이행 책임이 지연되는 유인 구조, 그리고 당 내부 검증·조율의 부재가 만든 제로섬 현상이다. 하나의 국책사업을 여러 지역이 동시에 유치하겠다는 약속은 구조적으로 다수의 미이행을 예고하며, 그 비용은 결국 기회비용의 형태로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23.51%)은 검증 수요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유권자가 오늘 바로 점검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유치 공약의 ‘결정 주체’를 확인한다. 유엔 AI 허브, 우주항공 도시, 가덕신공항 배후도시처럼 입지가 한 곳으로 정해지는 사업은, 지자체장 권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공약을 읽는다.
  • 같은 당 내 중복 여부를 교차 확인한다. 동일 사업을 인접·동일 정당의 다른 후보가 동시에 내걸었는지 비교하면, 제로섬 공약을 가려낼 수 있다.
  • 검증 자료를 능동적으로 찾는다. TV 토론이 1회로 축소된 ‘깜깜이’ 환경에서는 후보 공보물·정책 자료를 직접 대조해 실현 가능성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