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오늘, 여야 후보들이 쏟아낸 '겹치기 공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유치부터 반도체 클러스터, 우주항공 집적도시까지 굵직한 국책 사업이 같은 당 후보들 사이에서도 중복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 애널리스트의 시각에서 보면 이 현상은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한정된 국가 자원을 둘러싼 제로섬(zero-sum) 배분 경쟁이다. 한 후보의 공약이 실현되면 다른 후보의 공약은 실현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이 벌어지고 있나: 현황 정리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것은 국책 사업 유치 공약의 권역 간 중복이다. 뉴스에 따르면 여야 모두 당내 검증·조율 과정 없이 대형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수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與, 너도나도 '한예종'과 반도체 클러스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예종 유치 공약이 세 곳에서 겹친다.

  •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 지난달 8일 10대 공약 발표에서 국립박물관단지 기반 '문화예술 클러스터' 안에 한예종 이전을 포함. "학교 구성원에게 더 나은 환경"이라고 주장
  •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한예종 광주 이전을 공약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 '한예종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 발의
  • 이광재 경기 하남갑 보궐 후보: 22일 감일·위례 공약 발표에서 성남골프장 부지에 한예종 유치를 약속

정작 한예종 내부에선 지방 이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권역별 경쟁 양상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는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 시장 후보들과 연합해 경기 남부를 'K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는 새만금에 300만 평 규모의 'AI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총 200조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약속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선을 그은 상태다.

野, 경남 시군의 '우주항공 도시' 경쟁

국민의힘에서는 경남 후보들이 우주항공 도시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 박동식 사천시 후보: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사천을 근거로 5대 공약에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통과'를 내걸고 전담 행정기관·산업·학계·연구기관 집적 거점도시 조성을 약속
  • 한경호 진주시장 후보: 첨단·항공우주기업 100개와 관련 공공기관 유치
  • 유명현 산청군수: 20만 평 규모의 우주항공복합도시 배후 산업단지 조성

원인은 무엇인가: 제로섬 자원과 집적의 경제학

이 겹치기 공약의 근본 원인은 국책 사업이 본질적으로 분할이 어려운 '집적형 자원'이라는 데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주항공 산업의 경우 도시 하나에 모든 기능이 있어야 집적 효과가 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용어로 이를 집적 효과(agglomeration economies) — 연관 기업·인력·연구기관이 한곳에 모일 때 생산성과 비용 효율이 동시에 개선되는 현상 — 라고 한다. 우주항공이나 반도체처럼 R&D 집약 산업은 기능이 여러 도시로 흩어지면 집적 효과가 희석되고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 즉 같은 국책 사업을 여러 지역이 동시에 가져갈 수 없는 승자독식 구조다.

여기에 정치적 요인이 겹친다. 뉴스는 당내 검증 및 조율 과정이 실종되면서 여야가 사실상 공수표 공약을 방치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黨도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TV토론 등 정책 검증 기회가 줄어든 '깜깜이 선거' 환경도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앞으로 어떻게 흐를까: 전망과 시사점

분석적 관점에서 가능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단정이 아니라 구조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 선별·탈락 불가피: 제로섬 구조상 같은 사업을 약속한 다수 후보 중 대부분의 공약은 실현되기 어렵다. 한예종 한 곳, 반도체 핵심 클러스터 한 곳처럼 결국 입지는 소수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 정부 정책과의 충돌 위험: 정부가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에 선을 그은 만큼, 지방선거 공약과 중앙정부 산업 정책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
  • 매몰비용 리스크: 200조 원 투자 유치, 300만 평·20만 평 산업단지 같은 대형 숫자가 실제 예산·부지 확보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대만 부풀린 채 행정력과 신뢰가 소모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핵심 시사점은 명확하다. 유권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공약의 규모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경로다. 같은 사업을 여러 후보가 동시에 약속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공약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을 신호일 수 있다.

결론

오늘 시점에서 여야의 한예종·반도체·우주항공 겹치기 공약은 한정된 국책 자원을 둘러싼 제로섬 경쟁이며, 집적 효과라는 산업 논리상 다수 공약이 동시에 실현되기는 어렵다. 당내 조율 부재와 깜깜이 선거 환경이 이를 키운 구조적 원인이다.

투표를 앞둔 독자가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공약의 재원·일정 확인: 후보 공약집에서 '얼마를, 언제, 어디서 조달하는지'가 적혀 있는지 직접 점검한다. 숫자만 크고 경로가 없으면 신뢰도를 낮춰 본다.
  •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 대조: 해당 국책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기존 입장(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불가)과 충돌하는지 비교한다.
  • 중복 여부 교차 확인: 인접 지역·같은 정당 다른 후보가 동일 사업을 약속했는지 살펴, 제로섬 공약인지 판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