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조금 울컥했어요
저는 어떤 음악이 제 손에 닿기까지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日 시티팝의 본류, 영종도로 흘러오다’라는 소식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어요. 일본 싱어송라이터 오누키 다에코(72)가 지난달 30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실내 무대 ‘시티 스테이지’에 올라, 음악 인생 50여 년 만에 첫 한국 공연을 가졌다는 이야기였거든요.
"한국에서 갖는 첫 콘서트입니다(This is first concert in Korea)." 그가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인사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고 해요. 박수가 이어지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었다는 그 장면을, 저는 한참 떠올렸어요.
50여 년이에요. 우리가 살아온 시간보다 길지도 모를 그 세월을 건너, 한 사람의 목소리가 영종도까지 흘러왔다는 게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게 했어요.
늦게 빛난 음악 — ‘본류’라는 말의 무게
오누키 다에코는 1973년부터 76년까지 활동한 일본 밴드 ‘슈가 베이브’의 보컬이었어요.
그런데 슈가 베이브는 활동 기간이 짧았고, 당시 일본 주류 음악과 스타일이 달라 상업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해요. 겨우 3년이에요. 그리고 그들이 남긴 앨범은 단 한 장, ‘송스(Songs)’뿐이었어요.
하지만 훗날 서구 팝의 감각을 받아들인 일본 ‘뉴뮤직’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이 유일한 앨범은 일본 시티팝의 원형을 보여 주는 명반으로 여겨지게 됐어요.
여기서 잠깐 짚자면, 시티팝(City Pop)은 1970~80년대 일본에서 도시적 감성과 서구 팝·재즈·펑크를 녹여낸 음악 흐름을 말해요. 요즘은 전 세계 팬들이 다시 찾아 듣는 장르가 됐죠.
그러니까 ‘본류(本流)’라는 말이 그냥 붙은 게 아니에요. 당대엔 외면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원형’으로 인정받은 음악, 그 흐름의 가장 깊은 곳에 오누키 다에코가 있었던 거예요.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이런 걱정을 해요
저는 이 대목에서 자꾸 우리 이야기가 겹쳐 보였어요.
지금 하는 일이 당장 빛나지 않을 때, 우리는 이런 걱정을 하잖아요.
- "내가 지금 가는 길이 정말 맞는 걸까요?"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슈가 베이브의 3년, 단 한 장의 앨범. 그 시절 오누키 다에코도 어쩌면 비슷한 걱정을 품지 않았을까 싶어요. 상업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음악을 붙들고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조용한 불안이었을 테니까요.
특히 영종도의 이번 무대처럼, 한참 뒤에야 ‘재발견’되는 일들이 있어요. 후반부 하이라이트였던 1977년 앨범 ‘선샤워(SUNSHOWER)’ 수록곡 ‘도회(都会)’도 그래요. 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감독과 편곡을 맡은 이 앨범은, 훗날 해외 시티팝 팬덤이 재발견하며 오누키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처음부터 대표작이었던 게 아니에요. 나중에 대표작이 된 거예요. 저는 그 점이 묘하게 위로가 됐어요.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그럼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은 어디일까요.
이번 공연이 흘러온 순서를 한번 따라가 볼게요. 사실 이 흐름 자체가 하나의 답 같았거든요.
- 시작: 1997년 앨범 ‘루시(LUCY)’의 첫 곡 ‘루루(LULU)’ — 맑은 목소리와 통통 튀는 건반
- 중반: 1982년 ‘색채도시(色彩都市)’ — 미니멀한 연주와 차분한 목소리로 그린 산뜻한 사랑
- 최근: 2022년 싱글 ‘아침의 팔레트(朝のパレット)’ — 따뜻한 보사노바풍 리듬
- 함께: 스페셜 게스트 아오바 이치코와 부른 ‘피터 래빗과 나’ — 동화 같은 두 음색
1997년, 1982년, 2022년, 그리고 지금 2026년. 시간은 뒤섞여 무대에 올랐지만, 모두 한 사람의 꾸준함 위에 쌓인 것들이에요.
기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젊은 시절의 청량한 목소리는 이제 아니지만, 오래 지켜 온 담백한 목소리가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저는 이 문장을 오래 곱씹었어요.
목소리는 변했지만, 오래 지켜 왔다는 사실 자체가 더 깊은 편안함이 됐다는 거예요. 그게 단단한 지점이에요. 지금 빛나지 않아도, 오래 지키는 것은 언젠가 ‘본류’가 된다는 것.
마지막 곡은 낭만적인 멜로디의 ‘원더랜드(Wonderland)’였어요.
"자, 같은 표를 가지고 나아가요. 거기가 우리들의 원더랜드."
가사대로, 이날 관객들은 같은 티켓을 들고 한 무대에 모여 흥을 나눴다고 해요. 저는 이 한 줄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같았어요. 지금 걱정하는 당신도, 같은 표를 들고 어딘가로 향하는 중이라고요.
이 흐름을 직접 느껴 보고 싶다면
읽기만 하고 끝내기엔 아까운 위로라서, 작은 실용 정보도 곁들일게요. 모두 이번 소식에 담긴 사실만 추렸어요.
- 무대 정보: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6’은 5월 30·31일 이틀간 파라다이스시티 일대 스테이지 4곳에서 열렸어요.
- 시기 변화: 올해는 장마철을 피해 지난해보다 약 한 달 앞당겨 열렸어요. 야외 일정을 잡을 때 참고할 만한 흐름이에요.
- 함께 오른 이름들: 오누키 외에도 김창완밴드, 키라라, 이날치 등 국내 뮤지션과 욘라파, 키드 프레시노, 썸쉿 등이 무대에 올랐어요.
결론
‘日 시티팝의 본류, 영종도로 흘러오다’는 단순한 공연 소식이 아니었어요. 당대엔 주목받지 못했던 슈가 베이브의 단 한 장 ‘송스’가 시티팝의 원형이 되고, 50여 년을 건너 오누키 다에코의 첫 한국 공연으로 이어진 ‘늦게 빛나는 것의 이야기’예요.
지금 ‘이래도 괜찮을까’ 걱정하는 우리에게, 이 흐름은 조용히 위로를 건네요. 빛나는 시점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오래 지킨 뒤에야 찾아오기도 한다고요.
오늘 당신이 해 볼 다음 단계를 세 가지만 남길게요.
- 하나: 오누키 다에코의 ‘도회(都会)’나 ‘색채도시’를 한 곡 들어 보세요. 50년의 흐름을 귀로 느낄 수 있어요.
- 둘: 지금 ‘아무도 안 알아주는 일’ 하나를 떠올리고, 그만두지 말고 ‘한 번만 더’ 이어가 보세요. 재평가는 늘 나중에 와요.
- 셋: 내년 ‘아시안 팝 페스티벌’ 일정을 미리 메모해 두세요. 같은 표를 들고, 당신만의 원더랜드로 한 걸음 나아가 보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