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오늘,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두 접전지에서 상반된 신호가 잡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전투표율을 보면,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25.57%, 경기 평택을 재선거는 18.39%로 7%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같은 ‘격전지’로 분류되면서도 유권자 참여의 온도가 이렇게 엇갈리는 배경을 차분히 짚어 본다.
현황: 평균을 웃돈 부산 북갑, 평균에 못 미친 평택을
재보선이 치러지는 14개 지역구의 평균 사전투표율은 24.12%다. 이 평균선을 기준으로 두 지역의 위치가 명확히 갈린다.
- 부산 북갑: 25.57% / 14개 지역구 중 5번째로 높음. 평균보다 약 1.45%포인트 위
- 경기 평택을: 18.39% / 대구 달성(17.56%), 충남 아산을(18.2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음. 평균보다 약 5.73%포인트 아래
특히 부산 북갑의 수치는 단순한 평균 상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산 전체 사전투표율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데, 그 안에서 북갑만 유독 높게 나온 것이다. 광역 단위의 낮은 참여 분위기를 거슬러 특정 지역구만 튀어 오르는 현상은 시장으로 치면 전체 지수는 약세인데 한 종목만 거래가 폭증하는 국면에 가깝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 북갑에는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출마해 3파전 구도를 이룬다. 평택을에는 민주당 김용남, 국민의힘 유의동, 조국혁신당 조국, 진보당 김재연,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까지 다섯 명이 나서 외형상 더 붐비는 판이다. 그럼에도 참여율은 후보 수가 적은 쪽이 오히려 높다.
원인: ‘결집’과 ‘반감’을 가른 구조적 변수
후보가 많을수록 관심이 높아진다는 통념이 빗나간 셈인데, 그 원인은 지역의 구조적 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거시 분석에서 같은 정책에도 시장마다 반응이 다른 이유를 ‘체질’에서 찾듯, 두 지역구의 물리적·인구학적 체질이 결과를 갈랐다.
첫째, 지역구의 크기와 밀도다. 부산 북갑의 유권자 수는 11만7430명으로 14개 지역구 가운데 가장 적다. 면적도 14.19㎢, 여의도(2.9㎢)의 5배에 불과하다. 작고 조밀한 선거구에서 여야 각 진영을 등에 업은 세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으면서, 사전투표 단계부터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좁은 시장일수록 매수·매도세가 한곳에 집중돼 변동성이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둘째, 캠페인의 성격이다. 평택을에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네거티브 공방, 즉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하는 비방·폭로 중심의 선거 운동을 강하게 펼쳤다. 이런 소모적 충돌은 중앙정치에 민감하지 않은 지역 유권자에게 오히려 반감을 불러왔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네거티브가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보다 중도·무당층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참여 비용’으로 작동한 셈이다.
셋째, 인구 구성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평택을을 두고 다음과 같이 짚는다.
“반도체 회사 등의 영향으로 신규 유입된 30, 40대가 많아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지역이다. 평택을은 지역 면적(약 254㎢)도 넓어 부산 북갑과는 달리 용광로처럼 끓어오를 조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 사이클 관점에서 보면, 반도체라는 성장 산업을 따라 외부에서 유입된 30·40대는 지역 정치에 대한 정착도가 아직 낮은 층이다. 약 254㎢의 넓은 면적은 이들이 한 이슈로 응집하기 어려운 물리적 분산까지 더한다. 부산 북갑이 ‘작고 뜨거운 용광로’라면, 평택을은 ‘넓고 미지근한 분지’에 가깝다는 비유가 성립한다.
전망: 본투표 변수와 시사점
이번 사전투표율 격차가 6월 3일 최종 결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율은 본투표의 향방을 가늠하는 선행지표이긴 하나, 그 자체가 특정 후보의 득표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드러난 데이터에서 몇 가지 가능성은 읽어 둘 만하다.
- 부산 북갑: 평균을 웃도는 사전투표율은 양 진영 지지층이 이미 강하게 동원됐음을 시사한다. 3파전 구도에서는 표가 분산되기 쉬운 만큼, 높은 결집도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할지가 본투표일까지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 경기 평택을: 평균을 크게 밑도는 참여율은 본투표일의 부동층 움직임에 결과가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을 키운다. 네거티브 공방이 막판까지 이어질 경우, 추가 참여 동력보다 피로감이 누적될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
여기서 끌어낼 수 있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후보 수나 외형적 화제성이 곧바로 유권자 참여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지역구의 면적·인구 구성·캠페인 성격이라는 구조적 변수가 참여율을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이다. 거시 지표를 읽을 때 표면 수치보다 그 밑의 체질을 봐야 하듯, 선거 데이터도 단일 숫자가 아니라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오독을 피할 수 있다.
결론
오늘 시점에서 정리하면, 부산 북갑(25.57%)과 평택을(18.39%)의 사전투표율 격차는 ‘3파전 결집’과 ‘네거티브 반감’이라는 상반된 동학이 만든 결과다. 작고 조밀한 선거구의 정면 충돌은 지지층을 끌어올렸고, 넓고 신규 유입이 많은 선거구의 비방전은 관심을 식혔다. 데이터를 읽는 독자가 지금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6월 3일 본투표율과 사전투표율의 격차를 직접 비교한다. 사전투표에서 결집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최종 참여율 차이를 확인하면, 선행지표의 신뢰도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다.
- 중앙선관위가 공개하는 14개 지역구 평균(24.12%) 대비 위치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절대 수치가 아니라 평균 대비 편차로 보는 습관이 과대·과소 해석을 막아 준다.
- 면적·유권자 수·캠페인 성격이라는 구조적 변수를 함께 기록해 둔다. 다음 선거 분석에서도 같은 틀을 적용하면, 표면 화제성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된 판단 기준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