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한 장면이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장기 도시 인프라 투자의 성과 귀속(attribution)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다. 누가 가치를 만들었고, 누가 그 가치를 회수하는가. 차분히 사실관계와 그 경제적 함의를 정리한다.
현황: 선거 이틀 전, 서울숲에서 벌어진 ‘원조 논쟁’
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6년 6월 1일, 6·3 지방선거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아 국민의힘 후보들의 유세를 지원한다. 그는 “일 잘하는 시장, 구청장을 뽑아달라”고 당부한다.
핵심은 장소의 상징성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젊을 때 미국 뉴욕에 출장을 가 센트럴파크를 보면서 서울에도 이런 공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말하며, 서울숲이 자신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 조성된 생태공간임을 강조한다. 또 “서울숲을 만들 때 정치적으로 너무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 해놓고 나니 서울시민들에게 너무 좋은 공원이 됐다”고 회고한다.
정치권은 이 행보를 성동구 도시재생의 출발점이 자신의 서울숲 조성이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읽는다. 성동구청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성동구 도시재생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워온 데 대한 자연스러운 반박이라는 해석이다.
같은 맥락의 발언도 잇따른다.
윤희숙 오세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정 후보가 성수동을 20개 더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성수동에 정말 인프라 투자를 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오세훈 후보 역시 정 후보가 국민의힘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로 포장한다며 “10년 정도 영업했던 원조 갈비탕집 옆에 신장개업하면서 자기가 더 원조 갈비탕집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원인: ‘앵커 투자’와 성과 귀속의 시차 문제
이 논쟁을 경제 애널리스트의 시선으로 보면, 본질은 장기 인프라 투자의 가치가 실현되기까지의 시차(time lag)와 그 성과를 누구의 것으로 계상할 것인가에 있다.
도시 공간에서 대규모 공원·인프라는 일종의 앵커 자산(anchor asset)으로 기능한다. 앵커 자산이란 주변 지역의 개발과 자본 유입을 끌어들이는 기준점 역할을 하는 핵심 시설을 뜻한다. 뉴스에서 이 전 대통령이 “만들 때 정치적으로 반대가 많았다”고 말한 대목은, 이런 투자가 착수 시점에는 비용과 갈등으로만 인식되고 편익은 한참 뒤에 나타난다는 전형적인 인프라 투자의 특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귀속 논쟁’이 발생하는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착수자: 초기 정치적 반대를 감수하고 자산을 조성한 주체(뉴스 기준 2005년 서울숲 조성 당시의 서울시장).
- 수확자: 자산이 성숙한 뒤 그 위에서 추가 개발과 행정 성과를 쌓아 올린 주체(이후 지역을 관리·재생해온 행정 주체).
- 시차: 2005년 조성에서 현재(2026년)까지 약 20년의 간격. 이 기간 동안 가치가 누적되며 ‘누구의 공인가’가 모호해진다.
‘원조 갈비탕집’ 비유는 바로 이 귀속의 모호성을 직관적으로 공략하는 프레임이다. 선거라는 단기 이벤트가, 20년에 걸쳐 누적된 가치의 ‘지분’을 단숨에 재분배하려는 시점이기 때문에 논쟁이 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망: 인프라 가치 귀속 논쟁의 향배와 시사점
향후 흐름은 두 가지 축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다만 아래는 뉴스에 드러난 사실에 기반한 가능성 차원의 진단이며, 특정 결과를 단정하지 않는다.
- 단기(투표일까지): 6·3 지방선거가 임박한 만큼, 양측의 ‘성과 원조’ 프레임 경쟁은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숲이라는 가시적 자산이 무대가 된 이상, 논쟁의 중심은 ‘정책 비전’보다 ‘누구의 공인가’라는 귀속 문제에 쏠리는 흐름이다.
- 중기(선거 이후): 정 후보가 내세운 “성수동을 20개 더 만들겠다”는 구상처럼, 인프라 확장 공약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도시 의제로 남는다. 즉 앵커 투자를 둘러싼 논쟁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의제일 가능성이 높다.
실무자 관점에서 한 가지 독창적 함의를 덧붙인다. 도시·부동산·정책을 평가할 때 “가치를 누가 처음 심었는가(착수)”와 “가치를 누가 키웠는가(운영)”를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논쟁은 두 기여가 정치적으로는 ‘제로섬’처럼 다투지만, 자산 가치의 관점에서는 착수와 운영이 누적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쪽만으로는 오늘의 서울숲이 설명되지 않는다.
결론
이번 ‘정원오 치적 포장’ 반박 논쟁의 핵심은, 2005년 조성된 서울숲이라는 장기 인프라 자산의 성과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은 ‘착수자’로서의 기여를, 정 후보 측은 ‘운영·재생’의 성과를 각각 내세우며, 선거라는 시점에 20년간 누적된 가치의 지분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착수 당시의 정치적 반대와 사후의 평가 역전은 인프라 투자의 전형적 시차를 보여준다.
독자가 바로 활용할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귀속 분리 체크리스트 작성: 특정 지역 성과 주장을 접할 때, 그것이 ‘착수’의 공인지 ‘운영’의 공인지부터 구분해 메모해본다.
- 앵커 자산 식별: 관심 지역(예: 성수동 일대)에서 주변 개발을 견인한 핵심 시설이 무엇인지, 조성 시점과 함께 정리해둔다.
- 공약의 시차 검증: “성수동을 20개 더”와 같은 확장 공약은 편익 실현까지의 시차를 전제로, 단기 구호가 아니라 장기 누적 관점에서 따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