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에스메 콰르텟의 창단 10주년 인터뷰를 읽다가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지난 10년은 에스메 콰르텟이 어떤 팀인지 만들어가고, 그것을 증명해 온 시간이었다.”
제2바이올린 하유나 님의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무대 위 화려한 성취담이 아니라, 오래 무언가를 붙잡고 버텨본 사람의 담담한 고백처럼 들렸습니다.
에스메 콰르텟은 2016년 결성된 현악사중주단입니다. 현악사중주(string quartet)란 바이올린 둘, 비올라, 첼로 네 사람이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실내악 형식이지요. 배원희(제1바이올린), 하유나(제2바이올린), 디미트리 무라스(비올라), 허예은(첼로) 네 분이 함께합니다.
비슷한 자리에 선 우리는,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요
저는 이 소식이 음악을 모르는 분들께도 닿을 거라 믿습니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오래 쌓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이런 걱정을 하지요. 이 시간이 정말 결실로 이어질까. 지금 내가 가는 길이 괜찮을까. 증명되지 않은 노력을 붙들고 있는 시간은, 솔직히 외롭습니다.
에스메 콰르텟도 그 길을 지나왔습니다.
- 2016년 결성 후 2018년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과 특별상 4개를 받았습니다.
-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 300회가 넘는 공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빛나지만, 그 사이엔 분명 증명되지 않은 채 견딘 날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의 변화에서 위로를 얻었습니다. 배원희 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엔 에너지와 열정으로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작품 안에서 기다릴 줄도 알고 서로의 소리를 더 신뢰하게 됐어요.”
저는 여기서 기다림과 신뢰라는 두 단어를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증명은 단번에 오지 않고, 서로를 믿으며 기다린 시간 위에 천천히 쌓인다는 뜻으로 읽혔거든요.
현악사중주는 네 사람이 서로 설득하고 양보해야 하는 장르입니다. 배원희 님은 “단순히 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왜 그렇게 연주하고 싶은지까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오래 가는 법을 익힌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 결과가 보이지 않아 불안하신 분께, 저는 이 팀의 10년을 건네고 싶습니다. 증명은 끝점이 아니라 쌓이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결론: 오늘,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들
에스메 콰르텟의 10년은 ‘만들어가고 증명해온 시간’이었습니다. 그 담담함이 오늘 같은 자리에 선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됩니다.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을 적어둡니다.
- 6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월 9일 춘천문화예술회관 기념 리사이틀을 직접 찾아, 쇼스타코비치 8번·드보르자크 ‘아메리칸’·슈베르트 ‘죽음과 소녀’를 들어보세요.
- 결과가 더딘 일이 있다면, 오늘 ‘서로를 신뢰하며 기다린 시간’이 무엇이었는지 한 줄로 적어보세요.
- 다음 시즌 베토벤 전곡과 ‘올 아메리칸’ 프로젝트, 그리고 올 9월 발매되는 앨범 ‘누이(Nui)’를 기다리며, 우리도 각자의 10년을 천천히 이어가요.
허예은 님의 바람처럼, 우리도 ‘오래 기억되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기를 저는 바랍니다.